
서론: ‘끝난 줄 알았던’ 화웨이, 다시 살아났다
미국의 강력한 반도체 수출 규제에 직면한 화웨이는 한때 몰락 위기에 몰렸다. TSMC와의 거래가 끊기고, ARM 기반 설계 접근조차 차단되면서 자사 스마트폰과 네트워크 장비 생산까지 위협받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2023년 말 등장한 화웨이의 ‘메이트60 프로’는 전 세계 IT업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7나노급 반도체를 장착한 이 제품은 "화웨이가 제재를 무력화한 것 아니냐"는 평가를 낳았고, 이 반도체를 만든 주체로 떠오른 것이 바로 ‘중국판 파운드리’로 불리는 SMIC, 그리고 그 뒤에서 핵심 역할을 한 ‘사이캐리어(SiCarrier)’라는 기업이었다. 화웨이의 부활 드라마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미국이 봉쇄한 기술의 빈틈을 중국 토종 기술로 메우려는 전략적 반격이 시작된 것이다.
본론: 사이캐리어, 중국판 ASML 꿈꾸다
사이캐리어는 일반 대중에게 생소하지만, 중국 반도체 공급망에서 ‘EUV 장비 없이 고급 반도체를 제조’할 수 있도록 기술을 보완하는 핵심 기업이다. 특히 사이캐리어는 화웨이와 SMIC가 협업해 7nm급 칩을 생산하는 데 필수적인 고강도 포토마스크 재료, 광학 정렬 보정 장비, 극자외선 대체 공정 솔루션 등을 공급하며 사실상 ‘EUV 장비 없는 세미-EUV 환경’을 구축하는 데 기여했다.
ASML의 EUV(극자외선 노광장비)가 없다면 원칙적으로는 10nm 이하 공정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사이캐리어는 DUV(심자외선 노광) 기반의 다중 패터닝(multi-patterning) 기술을 극단적으로 정밀화해 ‘의미 있는 7nm 수준 성능’을 구현해냈다. 다시 말해, 미국과 일본이 공급망을 차단한 핵심 소재·장비 공백을 중국 자체 기술로 우회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특히 사이캐리어는 반도체 공정용 정밀 소재 분야에서 일본의 신에츠화학·JSR 등이 차지하던 위치를 대체하며, 중국이 절실히 필요로 하던 ‘국산 대체 기술’의 첨병이 되었다. 이 회사는 이미 중국 정부의 전략적 자금 지원을 등에 업고, 차세대 노광 공정의 핵심소재 국산화율을 90%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화웨이와 SMIC가 실현한 7nm 칩의 ‘배후 기술’로 사이캐리어가 지목되는 이유다.
결론: 중국 반도체, 기술 봉쇄 뚫고 ‘독자 생태계’ 구축 중
화웨이의 복귀는 단지 한 기업의 반등이 아니다. 이것은 미국 중심 반도체 질서에 도전하려는 중국의 전략적 기술 독립 선언이자, ‘굴기’의 실질적 전개다. 사이캐리어를 포함한 중국 토종 반도체 장비·소재 기업들이 미국의 규제 회피와 국산화라는 이중 과제를 빠르게 달성해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그 상징성은 매우 크다.
물론 현재 중국의 7nm 기술은 수율, 전력 효율, 설계 최적화 등에서 TSMC, 삼성전자 대비 여전히 열세다. 그러나 미국의 수출 규제가 지속될수록, 중국은 오히려 내부 생태계에 더 많은 자금을 쏟아붓고, 리스크를 감수하며 독자 개발을 가속화할 유인을 갖는다. 화웨이와 사이캐리어가 보여준 사례는 “기술은 막을 수 있어도, 의지는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결국 중국 반도체는 '외부에서 수입해 조립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소재-장비-설계-제조’에 이르는 독립적 생태계를 갖추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미국 주도의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근본적 재편을 맞고 있는 지금, 사이캐리어는 그 전환점의 핵심에 서 있다. 그리고 화웨이의 다음 칩이 또 한 번 세계를 놀라게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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