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명품도 불황을 피하지 못할 줄 알았다
고금리, 고물가, 소비 위축… 글로벌 경기는 여전히 흐림이다. 특히 경기 민감도가 높은 소비재와 사치품 시장은 올해 1분기부터 실적 부진 우려가 지배적이었다. 루이비통·구찌 등 대표 명품 브랜드들을 보유한 LVMH와 케어링조차 아시아 지역 부진과 소비 둔화로 다소 실망스러운 성적을 발표한 상황.
그런데 모두가 움츠러든 가운데 오히려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명품 기업이 있다. 바로 스위스의 리치몬트(Richemont). 이들은 2025년 1분기 기준으로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를 내놓으며 투자자와 업계를 놀라게 했다. 그리고 이 실적을 가능케 한 주인공은 단연 ‘까르띠에(Cartier)’를 포함한 하이엔드 주얼리 부문이다.
본론: ‘까르띠에 한 방’으로 완성된 리치몬트 실적 역주행
1. 주얼리 부문 매출, 전년 대비 10% 이상 성장
리치몬트의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6% 증가한 51억 유로(약 7조7,000억 원)를 기록했다. 그런데 눈에 띄는 건 전체 실적을 끌어올린 주얼리 부문 매출 증가폭이다. 까르띠에, 반클리프 아펠, 부쉐론 등을 포함한 리치몬트의 주얼리 메종들은 전년 대비 12%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며 그룹 실적을 견인했다.
이는 글로벌 명품 소비 둔화 흐름 속에서도 하이엔드 주얼리는 예외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증명한 셈이다. 특히 아시아와 중동, 북미 고소득층 사이에서 브랜드 자산이 강하고 투자 가치가 높은 하이주얼리 선호가 실적으로 연결됐다.
2. 경기 불황에도 주얼리는 ‘경기 역행 소비재’
전통적으로 명품 의류와 가방은 경기 영향을 더 직접적으로 받는 반면, 주얼리는 금값 상승과 자산 보유 성격 때문에 오히려 불황기에 판매가 늘어나는 특수성이 있다. 특히 까르띠에의 경우 웨딩 주얼리, 헤리티지 라인, 리미티드 컬렉션 등의 수요가 견고하며, 부동산·주식 대비 안전자산 대체 소비로도 부각되고 있다.
리치몬트는 실적 발표에서 “가방과 시계보다 주얼리가 고객 충성도와 재구매율이 높고, 구매 후 되팔이(리세일) 가치도 높아 브랜드 파워가 가장 강력하다”고 밝혔다. 이는 불황기에도 지속 가능한 ‘럭셔리 소비의 최후 보루’가 주얼리임을 시사한다.
3. 까르띠에의 글로벌 확장 전략도 주효
까르띠에는 최근 몇 년간 공격적인 확장 전략을 펼쳐왔다. 기존 하이주얼리 중심의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높은 브레이슬릿·이어링 라인업 강화, VIP 고객 대상 프라이빗 이벤트 확대, 중동·인도·동남아 시장 공략에 집중해왔다. 그 결과, 단품 고가 제품보다 전체적인 ‘장바구니 단가’가 높아지는 구조로 전환에 성공했다.
실제로 이번 분기 실적에서 아시아 지역 매출 비중은 1년 전보다 3%포인트 늘었고, 특히 인도·태국 등 신흥 고소득국가에서의 구매력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4. 시계·패션 부문은 정체...주얼리 의존도 커져
한편, 파네라이·피아제·IWC 등 시계 부문과 아제딘 알라이아·클로에 등 리치몬트의 패션 부문은 이번 분기에서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진 못했다. 고가 시계의 경우 실물 투자 기능이 있긴 하지만, 최근 금리 상승과 미묘한 수요 둔화로 전년 수준의 매출을 유지하는 데 그쳤다.
이는 결과적으로 그룹 내에서 주얼리 부문의 전략적 가치와 재무적 중요성이 더욱 커졌음을 보여준다. 주얼리는 리치몬트 전체 영업이익의 70% 이상을 창출하는 핵심 동력이 되었고, 이는 주주와 투자자 관점에서도 명확한 포인트로 작용하고 있다.
결론: ‘하이엔드 주얼리’는 불황도 비껴간다
불황에도 불구하고 빛난 리치몬트의 실적은, 단순한 일회성 반등이 아닌 소비 트렌드와 자산 가치의 전환을 포착한 전략의 결과물이다. ‘까르띠에 효과’는 단순한 브랜드 파워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불확실성이 커지는 세상 속에서 브랜드를 자산처럼 사고파는 소비자들, 특히 글로벌 고소득층의 심리 변화가 실적으로 반영된 결과다.
2025년 상반기 시장에서 리치몬트는 LVMH나 케어링과는 다른 성장 경로를 보여주고 있다. 시계나 패션보다 견고하고 예측 가능한 성장을 만들어주는 하이엔드 주얼리는 이제 단순한 사치품이 아닌, '리세일이 가능한 금’에 가까운 성격으로 진화 중이다.
앞으로도 글로벌 럭셔리 시장은 주얼리를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까르띠에가, 그리고 리치몬트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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