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뜨겁게 달구었던 SK하이닉스와 한미반도체의 초고대역폭메모리(HBM) 동맹에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까지 양사의 밀접한 협력 관계는 HBM 기술 경쟁력을 높이며 한국 반도체 산업의 초격차 전략을 이끄는 대표 사례로 꼽혀왔지만, 최근 몇 달 새 양사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관계가 다소 흔들리는 모습이다.
SK하이닉스는 그동안 HBM 분야에서 독보적인 글로벌 선두 자리를 지켜왔다. 특히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인공지능(AI) 시대 필수 부품인 HBM 수요를 선점했다. 한미반도체 역시 SK하이닉스의 핵심 협력사로, HBM 조립 공정에 필요한 장비를 공급하며 기술력을 함께 키워왔다. 양사의 협력은 단순히 국내 반도체 경쟁력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세계 시장에서 HBM 기술 주도권을 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최근 양사 간 이견이 불거진 원인은 바로 공급과 기술 협력 방식에 있다. 한미반도체가 최근 SK하이닉스 이외의 글로벌 경쟁사들과도 협력 폭을 넓히고자 움직이면서 양사 간의 전통적인 독점적 협력 구조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자사의 핵심 기술 경쟁력이 경쟁사로 유출될 우려가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한미반도체는 최근 미국 마이크론 등 다른 글로벌 메모리 업체들과 협력 논의를 확대하며 시장 다각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SK하이닉스에게는 분명 달갑지 않은 일이다. 이미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등 글로벌 경쟁사들이 HBM 시장 공략을 위해 빠르게 움직이는 상황에서, 핵심 협력사의 다자 협력은 자칫 SK하이닉스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특히 미국이 자국 내 반도체 공급망 재편과 함께 기술 보호를 더욱 강화하는 흐름 속에서 한미반도체의 글로벌화 전략이 SK하이닉스의 초격차 유지 전략과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한미반도체는 글로벌 고객 확대를 통해 장기적으로 기업 성장과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SK하이닉스 한 곳에만 의존하는 전략은 자칫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최근 글로벌 경제가 침체되고 반도체 업계 내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다양한 고객사를 확보하는 것이 생존 전략이라는 논리다. 한미반도체는 "협력사 다변화가 회사의 장기적 생존과 성장을 위한 필수적인 선택"이라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러한 갈등 구조가 심화되면 SK하이닉스는 자칫 핵심 협력사를 잃을 위험도 있다. 이 경우 SK하이닉스가 대체 협력사를 찾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제가 될 전망이다. 반대로 한미반도체 입장에서도 기술 협력 확대가 글로벌 파트너십 강화라는 장점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핵심 고객인 SK하이닉스와의 관계 악화가 불가피해질 수도 있다.
결국 이번 동맹 균열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에 따라 한국 반도체 업계의 초격차 전략도 중요한 기로에 서게 될 전망이다. 양사가 전략적 협상과 타협을 통해 관계를 복원할지, 아니면 각자 새로운 길을 걷게 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HBM 기술 패권이 곧 글로벌 AI 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시대, SK하이닉스와 한미반도체의 전략적 동맹 변화는 한국 반도체 업계에 있어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양사의 선택과 대응을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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