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론: “철근을 팔아도 적자”…기형적 시장에 철강사도 백기
“물건을 팔수록 손해를 본다.”
지금 철강업계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최근 동국제강이 포항 철근 생산라인 일부를 한 달간 셧다운(가동 중단) 하기로 결정하면서, 국내 철근 시장의 왜곡된 수급구조와 채산성 악화 문제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동국제강은 국내 철근 생산량 2위를 차지하는 대표 제조사로, 이번 가동 중단은 단순한 생산 조절을 넘어 ‘업계 전반이 버티지 못할 지경에 도달했다’는 경고 신호로 해석된다.
철근은 건설·토목의 기초 자재이며, 한국 내 대부분 아파트와 공공 인프라에 투입되는 핵심 소재다. 그런데도 최근 몇 달 사이, 가격 하락과 고정비 부담이 겹치며 ‘팔수록 손해’라는 역마진 구조가 심화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공급자 스스로 생산을 포기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본론: 왜 ‘철근 역마진’이 현실이 됐나?
1. 공급 과잉과 수요 급감의 이중고
철근 가격이 무너지기 시작한 건 2023년 하반기부터 건설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면서다. 민간 분양이 급감하고, 공공 인프라 사업도 줄어들면서 철근 수요가 뚝 끊겼다.
여기에 문제는 공급 과잉. 일부 중소 제조사들이 ‘덤핑 수준’의 가격 경쟁에 나서며 시장 질서가 완전히 붕괴됐다. 이른바 ‘저가 수주→단가 인하→품질 저하→업계 전반 손실’이라는 악순환이 반복된 것이다.
2024년 들어 정부가 SOC 확대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실제 철근 발주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에 따라 가격은 톤당 70만 원대에서 60만 원 이하로 급락, 일부 유통사에선 중국산 저가 제품과 경쟁하기 위해 마진을 포기한 채 납품하고 있는 상황이다.
2. 전기로 기반의 제조비 상승 압박
철근을 생산하는 대부분의 제강사는 전기로(電氣爐)를 사용하는 재생산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 방식은 전력 단가와 고철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최근 전기료 인상과 고철 가격 반등이 겹치며, 톤당 제조원가가 65~70만 원에 달하는데, 시중 납품가는 60만 원대 초반에 머물고 있어 역마진이 발생하고 있다.
동국제강은 이 같은 가격 구조로는 생산을 지속할수록 손실이 누적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 아래, 일부 설비를 한 달간 멈추고 고정비를 줄이며 재고 조정에 나선다는 전략을 택했다.
3.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셧다운’ 조짐
문제는 동국제강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H사, Y사 등 다수의 철근 제조업체들이 설비 가동률을 70% 이하로 낮추고 있으며, 일부 중소 제강사는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휴직 공문까지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결국 공급 축소로 이어져, 향후 건설 경기 회복 시 철근 가격의 급등을 불러올 수 있다는 구조적 위험도 안고 있다. 즉, 지금은 가격이 낮아 손해지만, 생산이 멈추면 향후 수급 불균형이 더 큰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결론: 철강 생태계 전체가 흔들리는 ‘위험 신호’
동국제강의 셧다운은 철강업계에 던진 하나의 경고음이다. 지금의 철근 시장은 단순한 ‘불황’이 아닌 구조적 모순과 왜곡이 누적된 상태다.
- 공공 및 민간 수요 예측 실패,
- 중소 제조사 간 과도한 출혈 경쟁,
- 원가 구조와 무관한 덤핑 관행,
- 수입산 저가 제품 유입 통제 실패 — 이 모든 복합 요인이 철강 생태계를 압박하고 있다.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단순히 SOC 예산을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가격 현실화와 품질 기준 강화, 시장 질서 회복을 위한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 특히, 불공정 경쟁을 유도하는 유통구조 개선 없이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
철강은 ‘국가 기간산업’으로 불릴 만큼 제조업과 건설, 에너지 산업 전반에 핵심적인 존재다. 동국제강의 셧다운은 철근 산업만의 위기가 아닌, 한국 제조업 기반이 구조적 위험에 처해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이제 필요한 건 ‘일시적 응급처방’이 아니라, 시장 기능 정상화와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를 위한 중장기 전략이다. 지금 이 위기를 외면한다면, 언젠가 그 비용은 더 큰 붕괴로 되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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