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에 자리 잡은 서민금융의 대표 주자, 새마을금고가 대대적인 구조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금융당국이 287개 지점에 대해 사실상 '경고장'을 날리며 구조조정 필요성을 공식화한 것이다. '건전성 강화'와 '내실 다지기'를 명분으로 내세운 조치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부실 지점 정리와 통폐합이 이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구조조정 대상은 전국 새마을금고 전체 약 1,200여 개 중 4분의 1 수준에 해당한다. 금융위원회와 행정안전부, 그리고 새마을금고중앙회는 합동 점검 결과를 토대로, 경영 상황이 심각하게 악화되었거나 리스크가 높은 지점들을 ‘우선 구조조정 필요 대상’으로 분류했다. 이들 금고는 적자 누적, 연체율 급등, 내부통제 부재 등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어 더는 방치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번 발표는 지난해 대전·광주·경북 일부 새마을금고에서 발생한 뱅크런 사태 이후, 제기된 구조적 문제의 연장선에 있다. 당시 수백억 원대 예금 인출 사태는 서민금융 시스템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초래했고, 금융당국은 이후 새마을금고 전반에 걸친 리스크 점검에 착수했다. 그리고 1년여 만에 구조조정이라는 결단이 내려진 셈이다.
주요 조정 대상 금고는 ▲지속 적자 운영 ▲고위험 대출 비중 과다 ▲내부 감사 기능 미흡 등 여러 기준에서 경고 신호를 받은 곳들이다. 특히 일부 금고는 지역 내 기반이 약해 자산 규모 자체가 영세하거나, 임직원 부실 운영 사례가 반복되어 문제가 심각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부는 이번 구조조정을 통해 새마을금고 체계를 전면 재정비할 계획이다. 단순히 부실 지점 폐쇄에 그치지 않고, 경영 개선 명령, 임직원 교체, 타 금고와의 합병 유도까지 단계적으로 실행될 수 있다. 또한 중앙회 기능 강화와 IT 시스템 고도화 등도 병행 추진될 예정으로, 단순 경고를 넘어 실질적 '수술'에 가까운 조치로 읽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구조조정의 여파가 서민들에게 미칠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많은 새마을금고는 지역 커뮤니티의 일원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특히 고령층이나 금융 접근성이 낮은 계층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지점 폐쇄나 통합이 본격화되면 금융 소외계층이 다시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는 “금고 문을 닫으면 어디 가서 돈을 맡기고, 대출을 받나”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기존 은행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유연한 대출 기준과 친숙한 서비스는 지역 주민에게 큰 장점이었다. 이러한 기능이 위축되면 지역 경제에도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부는 이에 대해 "부실을 방치하면 더 큰 금융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더 강한 새마을금고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구조조정 이후에도 금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디지털 서비스 강화, 모바일 플랫폼 확대, 협동조합금융의 역할 재정립 등을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새마을금고가 단순한 금융기관이 아닌, ‘지역 기반 협동조합’이라는 이중적 정체성을 가진 만큼, 더욱 복잡한 해법이 요구된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공적 금융과 민간의 경계에서 오랜 기간 제 역할을 해왔지만, 이제는 ‘양적 팽창’보다 ‘질적 개혁’이 절실한 시점이라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향후 정부와 중앙회가 구조조정을 어떻게 실행해 나갈지, 또 지역 주민들의 반발과 불안을 어떻게 다독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번 구조조정이 새마을금고를 위한 ‘터는 아프지만 살리는 처방’이 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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