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물가의 대표 지표로 꼽히는 수산물 가격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최근 한 달 사이 고등어 가격은 무려 40% 이상 뛰었고, 오징어는 간신히 5% 하락했을 뿐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이다. 이렇게 수산물 가격이 지속적으로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현상, 일명 '피시플레이션(Fish + Inflation)'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서울 가락시장 기준 고등어 1kg 도매가격은 최근 5,000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해 40% 가까이 오른 수치다. 오징어도 예외가 아니다. 작년 여름 한 마리에 5천 원 넘게 거래되던 것이 최근엔 소폭 하락해도 여전히 4,500원 이상을 호가하고 있다. 시민들은 “장 보러 나가면 고등어 두 마리만 사도 만 원이 넘는다”며 체감 물가 상승에 한숨을 내쉰다.
그렇다면 왜 피시플레이션은 쉽게 꺾이지 않는 걸까?
첫째, 기후 변화에 따른 어획량 감소가 가장 큰 요인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해수 온도가 높아지면서 고등어와 오징어 등 주요 어종의 서식지가 북상하거나 어군이 분산되고 있다. 특히 고등어는 따뜻한 해역을 선호하는 어종인데, 예년과 다른 수온 분포 탓에 어획량이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어민들은 “예년 같으면 이맘때 꽤 잡혔어야 하는데, 지금은 하루 나가도 건질 게 없다”고 토로한다.
둘째, 국제 정세와 연료비 상승도 수산물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선박용 경유와 물류비가 급등하면서 어업 활동 자체에 부담이 커졌고, 이는 곧장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 선단 규모가 작은 연근해 어업일수록 타격은 더 크다. 생선 한 번 나가 잡는 데 드는 기름값이 수익보다 높아지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셋째, 수입 수산물 의존도 증가와 원화 약세도 물가 상승을 자극하고 있다. 한국은 고등어와 오징어를 노르웨이, 러시아, 일본 등에서 상당량 수입하고 있는데, 환율이 오르면 같은 수입량에도 비용이 더 드는 구조다. 여기에 주요 수출국이 자국 내 소비 증가나 수출 규제 정책을 강화하면, 국내 시장 공급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넷째, 가공·유통 비용 증가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냉장·냉동 유통망 유지비용, 인건비, 포장비까지 전방위적으로 오르면서 생선 한 마리가 소비자에게 도달하기까지 드는 비용이 점점 불어나고 있다. 중간 유통업체들도 이익을 남기기 위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러한 복합적인 요인이 맞물리면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왜 이렇게 비싸졌나?”라는 의문만 남을 뿐이다. 특히 생선을 주요 단백질원으로 삼는 중장년층과 노년층 가계에 주는 부담은 적지 않다. 영양 섭취를 위해 꼭 필요하지만, 가격이 오르니 자주 사기 어렵다는 현실적 딜레마가 생긴 것이다.
정부는 이런 수산물 가격 급등을 잡기 위해 비축 물량 방출, 수입 유통 확대, 직거래 확대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근본적 해법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어획량 감소라는 공급 측 문제는 기후와 국제 정세라는 거대한 흐름과 맞물려 있어 단기간 해결이 어렵다.
결국 피시플레이션은 단순한 일시적 물가 상승이 아닌, 구조적인 변화의 신호탄일 수 있다. 미래에는 지금보다 더 자주, 더 심각한 수산물 가격 급등을 경험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비해 양식 산업의 고도화, 수산물 소비 다양화, 수입 다변화 등 중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우리 밥상에서 고등어나 오징어가 사라지지 않으려면, 지금의 피시플레이션을 단순히 '가격 문제'로만 보지 않고, 식량 안보 차원의 이슈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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