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론: 9조원 규모 '한국형 AI 프로젝트', 벌써 과열 조짐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형 AI’ 프로젝트가 본격 궤도에 오르면서, 산업계 전반에 ‘대목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총사업비 약 9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 AI 국가전략 사업이 구체화되자, 스타트업부터 대기업, IT 중견기업, SI업체, 심지어 일부 명함만 AI인 ‘관계 없는 기업’들까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과열 양상이 “눈먼 돈” 쟁탈전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다. 정책 취지는 국산 AI 모델 생태계 조성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있지만, 일부 기업들은 “정부 과제 수주만을 위한 전시성 컨소시엄 구성”과 “형식적 AI 개발 계획”에 몰두하고 있다. 본래의 목표가 흐려지고, 정작 실력 있는 기업은 배제될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한국형 AI 산업의 문이 열리기도 전에 과열된 판세는, 과거 디지털뉴딜 사업 당시 벌어진 ‘예산 소진형 프로젝트’의 재현으로 번질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본론: 돈 냄새 맡고 몰려든 'AI 업체'들…실체는?
이번 정부 프로젝트는 단순한 AI 기술 지원이 아니라, 초거대 AI 모델의 국산화와 AI 반도체, 데이터 인프라, 한국어 특화 모델까지 포함한 전방위 생태계 구축을 지향한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행정안전부 등 다양한 부처가 공동 참여하고 있다.
공식 로드맵에 따르면,
- 2025년까지 국산 초거대 언어모델 5종 개발
- AI 반도체 및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대
- 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의 AI 활용 확산
- AI 스타트업과 대기업 간 연계 프로그램 지원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 과정에서 민관 매칭 펀드와 연간 수천억 원대 지원금이 투입될 예정이다.
하지만 현재 업계 분위기는 “AI 역량 있는 기업 육성”보다는 “정부 과제 수주”에 집중된 양상이다.
▶ 이름만 ‘AI’인 기업이 급조한 태스크포스를 내세워 R&D 컨소시엄에 참여하거나,
▶ 외주로 모델을 구매한 뒤 자체 기술로 포장하는 등
실질적인 기술 경쟁력 없이도 공공 프로젝트에 손을 대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특히 SI(시스템통합) 기업들이 앞다퉈 ‘AI 컨설팅’이나 ‘운영 솔루션’ 부문을 들고 참여하면서, 정작 초거대 AI를 직접 개발하거나, AI 추론 연산에 필수적인 고성능 반도체 최적화 역량을 가진 기업들은 묻히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과열이 국가 재정 누수 및 정책 실패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 디지털뉴딜이나 그린뉴딜 당시, 실제 결과물이 거의 없는 수천억 원대 과제가 속출했던 전례를 떠올리게 한다.
결론: 생태계 조성이냐, 예산 배분이냐…기로에 선 한국형 AI
AI 기술은 국가 미래 성장동력의 핵심이지만, ‘기술’보다 ‘예산’에 먼저 몰리는 구조는 실패를 부른다. 지금의 한국형 AI 과열 양상은 분명 우려할 만한 조짐이다. 진정한 기술 내재화, 글로벌 경쟁력 확보라는 당초 목표와 달리, 형식적 개발과 사업성과 부풀리기에 매몰된다면 결국 공허한 보고서와 중복 사업만 남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 역시 이 같은 우려를 인식하고 있다. 최근 과기정통부는 평가위원 풀의 다변화, 컨소시엄 구성요건 강화, 실제 R&D 역량 중심 심사제도 개편 등을 예고했다. 그러나 실효성은 아직 미지수다. 형식적 장벽이 아닌 실질적 역량 검증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으면, 또 하나의 혈세 낭비가 될 수밖에 없다.
정말 중요한 것은 ‘눈먼 돈’이 아니라 ‘똑똑한 투자’다.
초거대 AI, AI 반도체, 한국어 특화 모델 등은 단발성 과제가 아니라 축적된 기술과 생태계가 필요한 영역이다. 정부와 기업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일시적인 과제 수주가 아닌 장기적 경쟁력 확보에 초점을 맞춘 전략적 접근이다.
한국형 AI 프로젝트는 ‘성과를 위한 쇼’가 아니라, 대한민국 AI 산업의 ‘실력 증명’이 되어야 한다.
기술 있는 기업에 더 많은 기회가 가고, 기술 없는 기업은 퇴출되는 구조를 만들지 못한다면, 이번 사업은 결국 ‘돈만 쓰고 AI는 못 키운’ 또 하나의 실패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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