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제주에서 살아볼까?”…그 꿈의 뒷면엔 쓰디쓴 현실이
‘지긋지긋한 출퇴근, 복잡한 도심, 숨막히는 경쟁’에서 벗어나고 싶어 제주를 택한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제주살이’라는 낭만을 좇아 창업이라는 현실에 뛰어든다. 카페, 게스트하우스, 수제 맥주집, 소품샵 등 다양한 아이디어로 제주에서의 제2의 삶을 설계한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통계는 냉혹하다. 제주 창업의 96%가 결국 폐업으로 끝난다.
최근 제주도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도내 관광업·소상공업 창업자 10명 중 9명 이상이 3년을 버티지 못하고 사업을 접는 것으로 나타났다. '살아보니 아니더라'는 말이 통계로 증명된 셈이다. 도심을 떠나면 쉬울 줄 알았던 창업, 왜 제주에선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질까?
본론: 왜 다들 제주로 갔다가 돌아오는가?
- 낭만은 많고, 준비는 부족하다
많은 이들이 제주살이를 결심할 때, 가장 먼저 그리는 건 ‘느긋한 삶’과 ‘소박한 창업’이다. 하지만 막상 도착하면 마주하는 건 완전히 다른 풍경이다. 관광객이 넘치는 성수기와 썰물처럼 빠지는 비수기의 극심한 온도차, 예측 불가능한 날씨, 물류비 부담, 현지 소비력 한계 등 본토와는 전혀 다른 사업 환경이 기다리고 있다.
특히 ‘카페 창업’은 제주 이주민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유형이지만,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뷰 맛집’이 아니면 살아남기 어렵고, SNS 노출 없이 손님을 유치하기도 힘들다. 무엇보다 창업 전 시장조사 없이, ‘해보면 되겠지’라는 안일한 태도로 뛰어든 경우가 많다.
- 높은 임대료와 인건비, 빠른 유동인구 소멸
제주는 외지인의 관심으로 땅값과 임대료가 이미 수도권 수준에 육박한다. 도심이 아닌 한적한 해안도로 근처의 점포도 월세가 300만 원을 넘는 경우가 많고, 인건비 역시 관광지 특성상 비수기와 성수기 차이로 인해 구하기 어렵거나 인건비가 급등하는 일이 빈번하다.
또한, 제주 관광객의 소비 패턴은 ‘잠깐 머무는 소비’에 집중된다. 로컬 단골을 확보하지 못하면 일시적 유행에 그치고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코로나19 이후엔 비대면 소비 확산, 렌터카 가격 급등 등의 여파로 창업자 입장에선 수익을 예측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 정착보다 ‘체험’에 머무는 문화
‘제주살이’는 수많은 콘텐츠와 유튜브에서 낭만적으로 그려지지만, 실상은 ‘반년 살기’ 혹은 ‘1년 체험’에 가까운 일시적 거주가 대부분이다. 이런 흐름은 창업에도 영향을 준다. 단기간에 수익을 내지 못하면 포기하고, 다음 지역으로 이동하는 식이다.
또한 지역사회와의 연결도 쉽지 않다. 행정 절차, 원주민과의 관계 형성, 지역 네트워크 참여 등이 외지인에게 장벽으로 작용해 지속 가능한 운영이 어렵게 된다. 결국 ‘남들이 다 하니 나도 해보자’는 창업이 진입은 쉬워도, 생존은 너무 어렵다.
결론: 제주살이 창업, 더 이상 ‘로망’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제주살이 창업 열풍은 분명 한 시대의 흐름이었다. 자연과 함께 여유로운 삶, 도시를 떠난 자립적 일상. 하지만 그 로망 이면에는 치열한 경쟁과 무너지는 수익 구조, 적응하지 못한 이방인의 현실이 숨어 있다. 96%라는 폐업률은 단순한 실패의 문제가 아니다. 준비 없는 도전, 장기적 전략 부재, 지역 이해 부족이 만든 결과다.
앞으로 제주에 둥지를 틀고 창업을 꿈꾸는 이들이라면, ‘감성’이 아닌 ‘데이터’로 접근해야 한다. 단기 체험이 아닌 장기 거주 계획, 계절별 수익 분석, 지역사회와의 협업 방안까지 모두 구체적으로 설계돼야 한다. 제주는 여전히 기회의 땅이 될 수 있지만, 그것은 철저히 준비된 자에게만 허락된 길이다.
한 줄 요약:
제주살이 창업, 96%가 폐업으로 끝났다. 낭만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 접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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