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불황’ 현실로…샤넬, 코로나 시기만큼 실적 악화
서론: 샤넬도 흔들린다…명품 불패 공식 깨지나
그동안 ‘경기 불황에도 끄떡없는 산업’으로 통하던 명품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그 중심에는 세계적인 프렌치 럭셔리 브랜드 **샤넬(CHANEL)**의 충격적인 실적이 있다. 최근 발표된 2024 회계연도 기준 샤넬의 글로벌 실적에 따르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 대비 두 자릿수 하락하며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수준에 근접한 실적 악화를 기록했다.
‘명품도 결국 소비재’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이번 결과는, 소비 양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중산층의 소비 이탈과 중국 시장의 회복 지연, 환율 및 운영비 부담 등 여러 복합 요인이 얽혀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단순히 샤넬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 럭셔리 산업 전반의 경고등으로 해석된다.
본론: 매출·영업익 동반 하락…코로나 수준의 충격
샤넬이 공개한 2024년 실적에 따르면, 글로벌 매출은 전년 대비 약 13% 감소한 약 170억 달러 수준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 역시 15% 이상 줄어들며 이익률이 크게 하락했다. 이는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초기 당시 수준과 유사한 결과로, 고정비 부담이 큰 하이엔드 브랜드 특성상 수익성 타격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장 큰 타격은 아시아 시장, 특히 중국에서 발생했다. 팬데믹 이후 기대됐던 ‘보복 소비’는 나타나지 않았고, 오히려 중국 내 경기 침체와 실업률 증가, 부동산 시장 위축 등으로 인해 명품 수요가 눈에 띄게 둔화됐다. 중국은 전 세계 럭셔리 브랜드 매출의 약 30%를 차지하는 핵심 시장으로, 회복이 지연될수록 브랜드 전체 수익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커진다.
유럽과 북미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고물가와 고금리 환경 속에서 중상류층 소비가 점진적으로 위축되었고, 기존 VIP 고객들조차 ‘구매 주기’를 늘리거나, 타 브랜드로 이동하는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중고 명품이나 리셀 마켓을 이용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정가 판매 위주의 샤넬 전략이 효과를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 인건비 상승, 부티크 운영비 증가, 물류 비용 확대 등 고정비 부담이 더해져 영업이익 하락 폭은 매출 감소보다 더 컸다. 2023년까지 강행했던 공격적 가격 인상도 올해 들어 주춤해졌는데, 이는 더 이상 가격만으로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을 방증한다.
결론: 명품시장, 재편의 기로…샤넬의 대응 전략은?
샤넬의 부진은 단순한 일시적 하락이 아니다. 명품 소비의 구조적 전환이 시작됐다는 신호로 읽힌다. 특히 소비자들은 가격보다 브랜드의 철학, 지속가능성, 경험 가치를 더욱 중시하게 되었고, 이는 기존의 ‘희소성 마케팅’만으로는 더 이상 통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샤넬은 현재 ▲소비자 맞춤형 디지털 전략 강화 ▲중국 외 아시아 신흥시장 공략 ▲친환경 소재 및 ESG 경영 확대 등의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독점 판매 전략’과 ‘직영 부티크 중심 유통’의 효율화를 통해 고정비를 줄이고,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는 방향으로 체질 개선을 모색 중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변화가 단기간 내 실적 회복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경쟁사들도 구조조정과 리브랜딩에 나서는 가운데, 샤넬이 차별화된 가치로 다시 소비자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시간과 전략적 인내가 필요하다.
‘명품은 위기에 강하다’는 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 샤넬은 과연 럭셔리의 본질을 어떻게 재정의할 것인가? 지금 이 위기는 샤넬에게 있어 단순한 매출 하락이 아닌, 브랜드 정체성의 재점검이 필요한 시기임을 말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