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깅스가 전쟁터다’…나이키·룰루레몬, 애슬레저 글로벌 대혈투
서론: 운동복이 일상복이 된 시대, 전장은 애슬레저
한때는 운동할 때만 입던 옷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레깅스, 요가복, 기능성 티셔츠는 헬스장과 필라테스를 넘어 카페, 출근길, 공항, 심지어 하이엔드 런웨이까지 점령했다. 이 흐름의 중심에 선 키워드가 바로 ‘애슬레저(Athleisure)’, 즉 ‘애슬레틱(운동)’과 ‘레저(여가)’의 결합이다.
전 세계 소비자들은 더 이상 단순한 운동복이 아닌, 스타일과 퍼포먼스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하이브리드 웨어를 원하고 있다. 그리고 이 거대한 수요를 두고 세계 패션 업계는 지금 치열한 영토 확장전에 들어갔다. 그 중심에 **나이키(Nike)**와 **룰루레몬(Lululemon)**이라는 ‘애슬레저 빅2’가 있다.
2025년 현재, 이들의 경쟁은 단순한 브랜드 대결을 넘어 글로벌 전략, 기술 혁신, 디지털 커머스, 지역 밀착형 마케팅까지 포괄하는 산업 전면전으로 진화하고 있다.
본론: 나이키 vs 룰루레몬, 스타일과 기술의 정면 승부
1. 룰루레몬: 요가복에서 세계 정복으로
룰루레몬은 원래 여성 요가복 브랜드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남성 제품, 러닝, 하이킹, 골프웨어까지 확장하며 **‘운동 기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소재 기술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확보하며, ‘부드러움의 기준’이라 불리는 루온(Luon)과 에버럭스(Everluxe) 등 독자 원단이 소비자 충성도를 끌어올렸다.
2024년 기준 룰루레몬의 글로벌 매출은 100억 달러를 돌파했고, 북미를 넘어 아시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에 대형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고, 명상·필라테스 클래스와 연계한 커뮤니티 마케팅으로 현지화에 성공했다.
2. 나이키: 스포츠 제국의 반격
한편, 나이키는 단지 운동복을 넘어 ‘스포츠 패션 전체 시장’을 지배하는 절대 강자다. 최근 몇 년간 애슬레저 부문에서는 룰루레몬의 약진에 밀리는 듯한 인상을 줬지만, 2023년부터 테크 기반 의류, 지속가능 소재, AI 피팅 앱 등을 앞세워 반격에 나섰다.
특히 ‘나이키 테크 플리스’, ‘요가 라인’, ‘원 럭스(One Luxe)’ 시리즈는 여성 타깃을 정조준하며 룰루레몬의 심장부를 공략했다. 또한 리세일 플랫폼인 스닉스(SNKRS)와 연동된 AI 맞춤형 추천 알고리즘도 도입해 디지털 경험을 강화했다.
3. 치열한 글로벌 시장 확장
룰루레몬은 ‘고가 프리미엄 중심’ 전략을 유지하면서도, 일부 국가에서는 입문자용 하위 라인(예: ABC 리프트)으로 가격대를 다각화하고 있다. 반면, 나이키는 리테일-온라인-앱을 통합한 옴니채널 전략으로 전방위적 소비자 접점을 확보하고 있다.
양사는 모두 **ESG(친환경 경영)**도 전면에 내세운다. 룰루레몬은 폐플라스틱 기반의 재활용 원단 비중을 확대했고, 나이키는 ‘무브 투 제로(Move to Zero)’ 캠페인을 통해 탄소중립 목표를 공식화했다.
결론: 애슬레저, 단순한 유행 아닌 미래 산업의 축
글로벌 애슬레저 시장은 2023년 기준 약 3,600억 달러(약 480조 원) 규모로 평가되며, 매년 8% 이상 성장 중이다. 이는 단순히 ‘운동복이 잘 팔린다’는 차원이 아니다.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건강한 삶 + 패션감각 + 편안함’**이라는 새로운 소비 기준이 등장했고, 이에 맞는 브랜드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다.
나이키와 룰루레몬은 이 흐름을 이끄는 두 축이다. 전통 스포츠 제국과 신흥 프리미엄 브랜드의 전면전은 앞으로도 기술, 유통, ESG, 지역 전략을 기반으로 더욱 복잡하고 입체적으로 전개될 것이다.
국내 시장에서도 이 경쟁은 치열하다. 애슬레저 전문 브랜드를 키우려는 삼성물산(구호플러스), F&F(디스커버리), 휠라코리아(헤리티지 라인) 등도 이 대혈투에 뛰어들며 국산 브랜드의 반격이 시작됐다.
이제 애슬레저는 ‘패션의 서브 카테고리’가 아니라, 글로벌 산업 혁신의 중심이다.
그리고 이 거대한 전장의 중심에는 나이키와 룰루레몬이 칼을 빼들고 마주 보고 서 있다.
전쟁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