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110조 원 오디오 시장 정조준… 명품 사운드 B&W까지 품었다
삼성전자가 전 세계 약 110조 원 규모로 성장한 글로벌 오디오 시장을 정조준하며 본격적인 시장 확대에 나섰다. 최근 삼성은 영국의 명품 오디오 브랜드 ‘바워스앤윌킨스(Bowers & Wilkins, B&W)’ 인수를 공식화하며 프리미엄 오디오 영역까지 영향력을 넓혔다. B&W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로, 고급 헤드폰, 이어폰은 물론 극장·스튜디오용 스피커까지 제작하며 명성을 쌓아온 업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TV, 스마트폰, 가전 등에서 강력한 하드웨어 경쟁력을 보였지만, 오디오 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약했다. 물론 사운드바, 무선 이어폰 ‘갤럭시 버즈’ 시리즈 같은 제품을 통해 시장에 도전해왔지만, 소니, 보스(BOSE), JBL, B&W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들과는 뚜렷한 격차가 있었다. 이번 인수는 바로 그 격차를 단숨에 좁히려는 승부수로 풀이된다.
B&W는 단순히 ‘고가 브랜드’라는 상징성을 넘어서, 세계적 스튜디오와 영화관에서 사용되는 최고급 사운드 장비로 인정받아왔다. 특히 영국 애비 로드 스튜디오, BMW, 맥라렌 등 글로벌 명차 브랜드들과 협업해온 이력이 있어,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 중에서도 최상위권으로 분류된다. 삼성은 이런 브랜드 파워를 기반으로, 앞으로 프리미엄 오디오 시장에서 ‘삼성’ 이름을 더욱 강력하게 각인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인수는 단순히 삼성의 제품 라인업 확대에 그치지 않는다. 삼성은 하만(Harman) 인수를 통해 이미 카오디오, 자동차용 커넥티드 솔루션에서 강력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 하만의 고급 브랜드 JBL, 하만카돈, 마크레빈슨 등도 이미 삼성 품에 들어와 있는데, 여기에 B&W까지 더해지면서 프리미엄 오디오 포트폴리오는 한층 강화된다. 특히 삼성은 B&W의 고급 음향 기술을 TV, 스마트폰, 태블릿, 사운드바 등 다양한 삼성 제품군에 접목해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는 전략이다.
시장 전망도 긍정적이다. 글로벌 오디오 시장은 고급화, 프리미엄화 트렌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단순히 소리를 듣는 것을 넘어, 몰입감 있는 사운드 경험을 중시한다. 특히 고음질 스트리밍, 스마트홈, AI 음성비서, 홈시네마 수요가 늘면서, 하이엔드 오디오 수요도 덩달아 성장 중이다. 삼성은 여기에 발맞춰 B&W 인수를 통해 최고급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고, 나아가 스마트홈, AI 오디오 등 미래형 시장까지 선점하겠다는 포부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가 삼성의 브랜드 이미지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 지금까지 삼성은 대중적이고 접근성 높은 전자제품 강자로 여겨졌지만, 프리미엄 오디오 시장에서 강점을 가진 기업은 아니었다. 그러나 B&W라는 이름은 고급 이미지 강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소위 ‘삼성 = 대중 제품’이라는 인식을 넘어, ‘삼성 = 프리미엄 경험’이라는 새로운 인식 확립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과제도 있다. 프리미엄 오디오 시장은 충성도 높은 브랜드 팬층이 강력한 만큼, 단순히 인수했다고 해서 바로 점유율을 높일 수는 없다. B&W 고유의 브랜드 철학과 기술력을 유지하면서, 삼성의 대규모 생산·유통·기술력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가 관건이다. 또한 글로벌 시장에서 소니, 보스, 애플 같은 강자들과 어떻게 차별화된 경쟁력을 만들어갈지도 중요하다.
결국 이번 인수는 단순한 기업 확장의 의미를 넘어, 삼성의 전략적 방향성을 상징하는 대목이다. 프리미엄 오디오 시장은 물론, 스마트홈, 커넥티드카, AI 음성 기술까지 아우르는 초연결 시대에서 삼성은 ‘듣는 경험’을 무기로 경쟁 우위를 확보하려 한다. 110조 원 시장을 향한 삼성의 본격적인 질주가 이제 막 시작됐다. 전 세계 소비자와 업계의 이목이 삼성의 다음 행보에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