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야간 파생상품시장 내달 정식 개장…한국 금융시장 새 장 연다”
한국 금융시장이 새로운 장을 연다. 한국거래소(KRX)는 오는 6월, 야간 파생상품시장을 정식 개장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개장은 국내 금융업계는 물론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야간 거래의 도입은 한국 자본시장을 24시간 운용 체제로 전환하는 신호탄으로, 파생상품 시장의 유동성 확대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야간 파생상품시장은 KOSPI200 선물, KOSPI200 옵션 등 대표적인 주가지수 파생상품을 대상으로,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새벽 5시까지 운영된다. 이는 기존 정규장(오전 9시~오후 3시30분)과 별도로 열리는 장으로, 뉴욕·유럽 증시 등 주요 글로벌 시장의 움직임을 실시간 반영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글로벌 금융시장은 시차로 인해 국내 정규장 시간에는 주요 이벤트나 가격 변동성이 반영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주요 경제지표 발표, 대형 기술주의 실적 발표 등은 대부분 한국 시간으로 밤사이에 발생한다. 이 때문에 국내 투자자들은 ‘밤 사이 무슨 일이 있었나’를 다음 날 아침 주식시장 개장 때야 비로소 반영할 수밖에 없었다. 야간 파생상품시장은 이러한 정보 비대칭 문제를 크게 줄여줄 수 있다.
거래소는 이번 개장을 위해 글로벌 파생상품 거래소인 CME(시카고상품거래소)와 시스템 연계 협력을 강화하고, 야간 거래 전용 시스템 구축과 인프라 강화에 수년간 공을 들였다. 또한 시장의 건전성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시장감시체계, 결제·청산 시스템, 투자자 보호 장치 등을 정교하게 설계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야간 시장은 유동성 확대 못지않게 안정적 운영이 관건”이라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춘 시스템으로 시장 참가자 신뢰를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시장 반응은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증권사와 기관 투자자들은 야간 파생상품 거래를 통해 위험 관리, 헤지 전략 운용, 글로벌 시장 이벤트 대응 등에서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특히 글로벌 헤지펀드나 해외 기관투자가의 한국 시장 참여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증권사 파생상품 담당자는 “야간 시장은 한국 시장의 글로벌 연계를 강화하는 승부수”라며 “시장 참여자가 늘면 유동성도 커지고 가격 발견 기능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하루 종일 시장이 열리면 투자자 피로도가 높아질 수 있다”, “24시간 거래가 투기성 단기 매매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야간 시장은 어디까지나 파생상품에 국한되고, 거래 경험이 있는 전문 투자자 중심으로 형성될 것”이라며 “개인 투자자는 무리한 참여보다는 시장 학습과 위험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번 야간 파생상품시장 개장은 한국 자본시장 선진화 전략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최근 한국 정부와 금융당국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글로벌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추진 중이다. 자본시장 규제 완화, 주주 환원 강화, 거버넌스 개선과 함께 시장 인프라 혁신도 중요한 축이다. 야간 시장은 이러한 노력의 핵심 과제 중 하나로, 거래 시간·상품 다양화 측면에서 한국 시장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시장 참여자들의 반응과 활용이다.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만큼, 투자자들은 기회뿐만 아니라 리스크도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 야간 파생상품시장이 한국 금융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그리고 이 변화가 진정한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지, 이제 막 본게임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