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의 40%가 외부 출신…현대오토에버의 ‘파격 실험’”
현대자동차그룹의 IT 계열사인 현대오토에버가 조직 문화와 인재 전략에서 또 한 번의 ‘파격’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인사 자료에 따르면 현대오토에버 임원진의 40%가 외부 출신으로 채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대기업 계열사, 그것도 보수적인 자동차 그룹 내 IT 기업이라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오토에버는 차량 소프트웨어와 모빌리티 플랫폼을 개발하는 현대차그룹의 핵심 IT 회사다. 디지털 전환과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라는 업계 패러다임 전환 속에서, IT 전문성과 글로벌 감각을 갖춘 인재 확보가 시급하다는 것이 회사의 판단이었다. 이를 위해 외부 전문가 영입을 적극 추진했고, 그 결과 임원 10명 중 4명이 외부 출신이라는 ‘개방형 리더십’ 구조를 만들었다.
이번 인사에서 눈에 띄는 점은 IT 업계 뿐만 아니라 빅테크, 스타트업, 글로벌 컨설팅사 출신 임원들이 대거 합류했다는 것이다. 네이버, 카카오, 구글, 딜로이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전문가들이 현대오토에버의 ‘소프트웨어 DNA’를 강화하기 위해 투입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자동차 중심의 조직에서 IT, 디지털 전문가들의 비율이 이렇게까지 늘어난 것은 현대차그룹에서도 매우 파격적인 변화”라고 평가했다.
현대오토에버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위기감이 자리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옮겨가면서, 구글, 애플, 테슬라 같은 IT 기반의 경쟁자들이 자동차 시장에 깊숙이 진출하고 있다. 기존 자동차 제조업의 관점으로는 이들과의 싸움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현대오토에버는 올해 초부터 ‘소프트웨어 중심 기업(SW-First)’로의 전환을 선언하며, 클라우드, 빅데이터, AI, 차량용 OS 등 신기술 분야 인재를 적극적으로 영입해왔다. 특히 경력직 중심의 외부 영입에 공을 들이며, 다양한 업계 경험을 조직 내 녹여내는 데 주력했다. 내부 승진 일변도의 임원 구조에 외부 인사를 대거 투입한 것은 변화의 속도를 높이려는 전략적 선택이다.
하지만 외부 출신 임원의 비율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내부 우려도 없지 않다. 조직 문화 충돌, 의사결정 방식의 차이, 내부 인재의 동기 저하 등이 대표적인 리스크다. 이에 대해 현대오토에버는 ‘하이브리드 리더십’ 모델을 통해 내부 출신과 외부 출신 임원의 협업 체계를 강화하고, 내부 임직원 교육·성장 프로그램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현대오토에버의 파격 인사에 대해 “자동차와 IT의 경계를 허물고, 진정한 테크 기업으로 거듭나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분석한다. 김승환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 자동차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경쟁력은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라며 “현대오토에버의 인사 실험이 현대차그룹의 디지털 전환에 촉매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현대오토에버는 이번 외부 출신 임원 인사와 더불어 ‘애자일(agile)’ 조직, 프로젝트 기반 협업, 수평적 의사결정 문화 도입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전통적 IT 서비스 회사에서 ‘모빌리티 테크 플랫폼 기업’으로의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향후 현대오토에버는 자율주행, 스마트시티, 커넥티드카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 소프트웨어·플랫폼 리더십을 확보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임원 40% 외부 출신이라는 파격의 배경에는 기존의 방식으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있다. 과감히 외부의 시각과 전문성을 수혈한 현대오토에버의 실험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성공한다면 현대차그룹 전체의 인사·조직 문화에도 영향을 미치는 ‘롤모델’이 될 것이고, 실패한다면 내부 갈등과 리더십 혼선이라는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이제 현대오토에버의 진짜 시험대는, 그 변화가 단순한 인사 수치가 아닌 성과와 혁신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