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AR 안경용 초소형 디스플레이 개발…차세대 웨어러블 전쟁 시동”
삼성이 다시 한 번 미래 디스플레이 시장의 판을 흔들 준비를 하고 있다. 이번에는 스마트폰, TV를 넘어 증강현실(AR) 안경을 겨냥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AR 안경용 초소형 디스플레이 개발에 본격 착수했으며, 이미 시제품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초고해상도, 초저전력의 마이크로디스플레이 기술을 AR 안경에 적용하기 위해 대규모 연구개발(R&D)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AR 안경은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으로 주목받는 분야다. 애플, 메타, 구글 등 글로벌 IT 공룡들이 앞다퉈 개발에 뛰어든 상황에서, 삼성도 경쟁 대열에 본격적으로 합류하는 모양새다. 특히 삼성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력을 바탕으로 초소형 디스플레이에 강점을 가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프로젝트는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통합 프로젝트로, 기존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와는 완전히 다른 형태와 사양이 요구된다.
AR 안경용 디스플레이는 기존 디스플레이보다 수백 배 작은 크기에도 고해상도, 고휘도, 빠른 응답속도를 구현해야 한다. 여기에 전력 소모는 극한으로 줄여야 하고, 장시간 착용에도 발열이나 눈의 피로도를 최소화하는 기술이 필수적이다. 삼성이 개발 중인 디스플레이는 ‘마이크로OLED’ 또는 ‘마이크로LED’ 기술을 기반으로 한 것으로 추정되며, 1인치 미만의 초소형 패널에 3000ppi(인치당 픽셀 수)를 넘어서는 해상도를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삼성의 행보는 애플이 준비 중인 ‘비전 프로’와의 경쟁 구도에서도 주목된다. 애플이 혼합현실(MR) 헤드셋을 시작으로 AR 안경으로 확장하려는 전략을 세운 가운데, 삼성은 보다 가볍고 일상적으로 착용할 수 있는 AR 안경을 겨냥해 ‘스마트폰 대체재’로서 시장에 나서겠다는 복안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이르면 2026년 초소형 디스플레이 양산에 돌입하고, 2027~2028년에는 완제품 AR 안경 출시까지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의 협력업체들도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도체 설계, 광학 부품, 소재 업체들이 삼성의 로드맵에 맞춰 시제품 납품과 테스트에 돌입했으며, 일부 부품업체는 이미 대규모 투자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도전과제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AR 안경의 핵심은 디스플레이뿐 아니라, 경량화된 배터리, 소형화된 프로세서, 고성능 센서가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한다는 점이다. 디스플레이 기술만 뛰어나더라도 전체 제품의 완성도 없이는 시장에서 외면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삼성은 그룹 내 계열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외부 AI, 광학 기술 스타트업과의 협업도 확대하고 있다.
삼성의 초소형 디스플레이 개발은 단순한 제품 하나를 만드는 것을 넘어,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포석이다. 전문가들은 “삼성이 AR 안경 시장에서 애플, 메타, 구글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단순히 기술력만이 아니라, 생태계 구축과 콘텐츠 플랫폼 전략까지 동시에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미 삼성은 구글과 함께 차세대 XR 운영체제(OS)를 공동 개발하고 있으며,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콘텐츠까지 통합하는 전략을 그리고 있다. 향후 삼성의 AR 안경이 구글의 안드로이드 기반 앱스토어, 삼성의 갤럭시 생태계와 어떻게 연결될지도 관전 포인트다.
현재 AR 안경 시장은 초기 단계로, 실사용성이 떨어지고 가격 부담이 높다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스마트폰과 같은 필수 디바이스로 자리 잡기까지 시간이 걸리더라도, 초소형 디스플레이 같은 기반 기술 확보 여부가 장기 승부의 키”라고 강조한다.
삼성의 초소형 디스플레이 개발이 결국 어떤 형태의 AR 안경으로 결실을 맺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삼성은 다시 한 번 ‘작은 화면’으로 미래를 바꾸려는 도전에 나섰다. 그리고 그 작은 화면 위에는, 더 크고 넓은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