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대만 통상협상 ‘나비효과’…원·달러 환율, 1300원대 급락”
예상치 못한 외부 변수 하나가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다. 미국과 대만의 통상협상이 급물살을 타면서 글로벌 외환시장이 술렁였고, 그 여파는 곧바로 한국 원·달러 환율에 반영됐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1350원을 위협하던 원·달러 환율은 하루 만에 1300원대로 급락하며 시장을 놀라게 했다.
미국과 대만은 최근 ‘미-대만 21세기 무역 이니셔티브’ 협상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발표했다. 양국이 관세 장벽을 낮추고 반도체·첨단기술 분야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자, 중국의 반발 우려와 함께 글로벌 공급망 재편 기대감이 동시에 시장에 퍼졌다. 특히 외환시장에서는 중국 리스크보다 미국 주도의 공급망 강화 신호를 긍정적으로 해석하면서 달러화 강세가 주춤하고, 아시아 통화들이 반등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한국 원화도 그 수혜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대만의 협상 타결 가능성이 한국 수출에도 우회적으로 긍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됐다”고 분석한다. 대만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미국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한국 역시 반도체·첨단소재 공급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지속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커진 것이다.
실제로 이번 협상 소식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주식 매수세가 강화되며 코스피, 코스닥 지수가 동반 상승했다.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은 곧 원화 수요 증가로 이어졌고, 그 결과 환율은 빠르게 내려앉았다. 일부 시장 참가자들은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에 비해 환율 하락폭이 과도했다”며 단기 조정 가능성을 경고했지만, 전반적으로는 긍정적 분위기가 우세하다.
환율 하락은 수입물가 안정과 외화 부채 부담 완화 등 국내 경제에도 여러 파급효과를 준다. 최근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재차 오름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환율 안정은 물가상승 압력을 일부 상쇄할 수 있다는 평가다. 한편으로는 수출기업들의 가격 경쟁력 약화 우려도 나온다. 자동차, 조선 등 달러 강세에 힘입어 수익을 냈던 수출업종들은 환율 하락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표정이다.
중국의 대응도 변수다. 중국은 이번 미-대만 협상에 대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훼손하는 행위”라며 강력 반발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경제적 보복에 나설 경우, 공급망 불안과 지정학적 긴장으로 다시 금융시장이 출렁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당장 뚜렷한 움직임은 없지만, 장기적으로 중국 리스크가 환율 변동성의 상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도 긴장감을 놓지 않는 분위기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환율 급등락 시 투기적 수요에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몇 달간 이어진 고환율 환경 속에 기업과 가계의 환율 리스크가 누적된 만큼, 급락 국면에서도 시장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환율 하락이 단기적 모멘텀인지, 구조적 변화의 신호탄인지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진우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대만 통상협상 효과가 일시적 심리 반영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며 “결국 글로벌 통화 긴축, 미중 갈등, 지정학 리스크라는 큰 흐름 속에서 환율 방향성을 가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환율 1300원대 진입이 환전 타이밍인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여행 수요 회복과 해외 투자 확대로 외화 수요가 커진 만큼, 환율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미국과 대만의 협상이라는 한 장의 나비가 날갯짓을 하자, 그 바람이 태평양을 넘어 한국 금융시장까지 영향을 미쳤다. 앞으로 그 나비효과가 어떤 방향으로 이어질지, 시장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