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사조·빗썸 등 5곳, 첫 대기업집단 지정…“재계 새 얼굴 부상”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새롭게 지정한 대기업집단(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LIG, 사조, 빗썸홀딩스 등 5곳이 이름을 올렸다. 이로써 한국 재계에 새로운 ‘대기업’ 반열에 오른 주인공들이 등장했다. 기존 전통 산업 중심의 대기업과 달리, 식품·핀테크·중견 방산기업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신규 지정이 이루어져 변화하는 산업 지형을 반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일 “자산총액 5조 원 이상 기업집단 88곳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며 “이 가운데 LIG, 사조, 빗썸홀딩스, 네오플럭스, 한솔케미칼 등 5곳이 올해 처음 포함됐다”고 밝혔다. 대기업집단 지정은 공정거래법상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계열사 부당 지원 등 불공정 거래를 규제하고, 기업집단 내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시행된다.
이번 지정으로 LIG그룹은 방산·보험을 축으로 한 중견그룹에서 공식적으로 대기업 집단으로 격상됐다. 방산업체 LIG넥스원, 보험사 LIG손해보험 매각 이후 방산 사업에 집중해온 LIG는 매출 성장과 더불어 자산 규모를 늘려왔다. 한 재계 관계자는 “LIG는 방위산업 수출 확대와 국내 방산 산업 성장세에 힘입어 자산을 빠르게 키운 사례”라며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서 내부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투명성 강화의 압박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식품업계의 강자 사조그룹도 이번에 대기업집단으로 처음 이름을 올렸다. 참치·햄·식용유 등 식품 가공·유통에 강점을 가진 사조는 최근 수산업과 사료 사업 다각화로 몸집을 불려왔다. 업계에서는 “사조는 소비자 브랜드 인지도에 비해 그간 대기업 반열에선 다소 주목받지 못했지만, 이제는 공정위의 감시를 받는 위치로 올라섰다”며 “일감 몰아주기, 총수 사익 편취 관련 리스크 관리에 힘써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홀딩스다. 국내 대표 암호화폐 거래소인 빗썸의 운영사인 빗썸홀딩스는 이번 지정으로 국내 최초의 ‘가상자산 대기업’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공정위는 “빗썸홀딩스의 자산총액이 5조 원을 넘으면서 지정 기준을 충족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빗썸홀딩스는 계열사 현황과 주요 거래 공시 의무, 총수 일가 사익 편취 규제 등 공정거래법상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핀테크·스타트업 업계는 빗썸홀딩스의 대기업집단 지정에 대해 “가상자산 산업의 제도권 편입 신호”라며 의미를 부여한다. 한 핀테크 전문가는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정부 규제와 감독의 본격화 신호탄”이라며 “빗썸이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서 내부 지배구조와 재무 정보 투명성을 높여야 하는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네오플럭스(벤처캐피털), 한솔케미칼(화학)도 첫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두 곳 모두 안정적인 사업 기반과 지속적인 실적 확대를 통해 자산 규모를 키워온 결과다.
이번 지정으로 이들 5개 그룹은 공정거래법상 계열사 간 거래 제한, 공시 의무 강화, 사익편취 규제 등을 적용받게 된다. 또한 총수 일가와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 내부 거래 등도 더욱 엄격한 규제를 받게 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경영 투명성 확보가 가장 큰 과제”라며 “법적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징금, 시정명령 등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선 이번 지정이 한국 재계의 산업 지형 변화를 상징한다고 본다. 전통 제조업 중심의 대기업집단에 IT, 핀테크, 스타트업 기반 기업들이 새롭게 편입되면서 산업 다변화, 신산업 부상의 흐름이 뚜렷해졌다는 것이다. 경제학자는 “새로운 대기업집단의 등장으로 혁신과 경쟁이 촉진될 수 있지만, 동시에 규제 환경 적응과 내부 통제 시스템 강화라는 숙제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제 막 ‘대기업집단’ 간판을 단 이들 신흥 그룹이 규제와 책임, 기대라는 삼중 과제 속에서 어떤 성장 전략을 보여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