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 기능 탑재한 챗GPT…이젠 'AI가 대신 사준다', 한국 상륙 초읽기
AI 비서에서 이제는 쇼핑 도우미까지—OpenAI가 자사 인공지능 서비스인 ChatGPT에 '쇼핑' 기능을 정식 탑재하며 또 한 번의 산업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이 기능은 현재 미국과 일부 국가에서 시범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한국 진출 역시 ‘초읽기’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생성형 AI와 전자상거래의 결합은 단순한 편의성을 넘어 소비자 행동 자체를 바꾸는 게임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OpenAI는 최근 아마존, 쇼피파이(Shopify) 등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과의 연동 기능을 확대하면서, ChatGPT 내에서 상품 검색부터 가격 비교, 추천, 구매까지 한 번에 가능한 ‘AI 쇼핑 서비스’를 선보였다. 사용자는 단순히 “친환경 세제 추천해줘” 혹은 “부모님 선물로 적당한 커피머신 찾아줘”라고 말하면, ChatGPT가 실시간으로 수천 개의 상품 데이터를 분석하고, 신뢰할 만한 브랜드와 가성비 높은 제품을 자동으로 골라주는 방식이다.
기존의 검색 기반 쇼핑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포털이나 쇼핑몰에서 키워드를 입력하고 결과를 정렬하는 ‘수동 검색’과 달리, ChatGPT 기반 쇼핑은 사용자의 의도와 선호를 파악해 ‘능동 추천’을 수행한다. 이는 소비자 입장에선 쇼핑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드는 한편, 만족도 높은 선택지를 빠르게 얻는 장점이 있다.
한국 시장 역시 이 변화의 중심에 서게 될 가능성이 높다. OpenAI는 이미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 기업들과의 협업 가능성을 시사하며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모바일 중심의 소비 문화와 높은 AI 수용도를 보이는 국가 중 하나다. 여기에 쿠팡, 11번가, SSG닷컴 등 대형 이커머스 기업들이 방대한 상품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어, OpenAI의 AI 쇼핑 기능과 결합할 경우 엄청난 시너지가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ChatGPT 쇼핑 기능이 리뷰 기반 쇼핑 생태계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 현재의 온라인 쇼핑은 수많은 상품 후기를 읽고 판단하는 구조지만, AI는 이 과정을 자동화한다. 예를 들어 수천 건의 리뷰를 읽을 필요 없이, “품질 만족도가 높은 블렌더 중 가성비 좋은 제품만 골라줘”라고 말하면 AI가 데이터와 사용후기를 기반으로 압축된 ‘결정판’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는 소비자 피로도를 줄이는 동시에, 후기 조작이나 마케팅 편향에 의한 왜곡도 차단할 수 있다.
물론 우려도 존재한다. ChatGPT의 추천 알고리즘이 특정 브랜드나 판매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논란, 개인정보와 구매 패턴이 AI에 의해 분석·활용되는 것에 대한 사생활 침해 문제 등이 그것이다. 이에 대해 OpenAI는 “데이터는 철저히 익명화되며, 상업적 목적의 조작을 방지하는 알고리즘 투명성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이용자 신뢰 확보와 윤리적 가이드라인 정립이 한국 진출의 관건이 될 것이다.
또한 국내 법률과의 정합성도 중요한 변수다. 한국의 전자상거래법, 개인정보보호법 등은 세계적으로도 엄격한 수준이다. 특히 AI가 자동으로 상품을 추천하거나 구매를 중개할 경우, 추천 책임 주체와 소비자 피해에 대한 보상 체계가 명확히 규정돼야 한다. 따라서 OpenAI는 한국 진출 이전에 로컬 파트너와의 제휴, 기술적 현지화, 법적 리스크 검토 등을 철저히 거칠 필요가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기능이 단순한 기술 업그레이드가 아닌 쇼핑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에는 가격비교사이트가 전성기를 누렸고, 이후 큐레이션 커머스와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주류가 됐다면, 이제는 AI가 중심이 되어 ‘맞춤형 소비 결정’을 내리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는 단순 소비뿐 아니라, 금융·보험·자동차·부동산 등 모든 구매 결정 과정에 AI가 깊숙이 개입하는 미래로의 가교가 될 전망이다.
결국, ChatGPT의 쇼핑 기능은 단지 ‘편한 쇼핑’을 넘어서, 어떻게 정보를 수집하고, 무엇을 선택하며, 어떤 기준으로 소비하는가에 대한 패러다임 변화를 상징한다. 그리고 이 변화는 한국 시장에서도 머지않아 현실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