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맹시장만 있는 '0% 로열티'…차액가맹금 갈등 불렀다"
한국 프랜차이즈 시장에는 유독 세계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특이한 관행이 있다. 바로 ‘0% 로열티’ 문화다. 브랜드를 빌려 쓰면서도 별도의 로열티를 내지 않고, 대신 본사에서 공급하는 물품의 가격에 차액을 붙여 수익을 얻는 구조다. 이 ‘차액가맹금’ 방식은 오랜 시간 동안 국내 가맹사업의 표준처럼 굳어졌지만, 최근 들어 거센 소송과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본래 프랜차이즈 시스템은 브랜드 가치와 경영 노하우를 빌리는 대가로 본사에 일정 비율의 로열티를 지급하는 구조다. 미국, 일본, 유럽 등에서는 매출의 3~8% 정도를 로열티로 지불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신 가맹점주는 원재료를 자유롭게 조달하거나, 보다 낮은 비용으로 제품을 공급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 다르다. 대다수 가맹본부가 로열티를 따로 받지 않는 대신, 가맹점에 필수 물품을 납품하면서 정상 가격보다 높은 '차액'을 붙인다. 본사의 수익은 이 차액에서 발생하는 구조다. 표면적으로는 가맹점주가 '로열티 0%'라는 혜택을 보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매입가격 인상이라는 형태로 본사 수익이 보전되는 셈이다.
이 구조는 처음에는 가맹점주의 부담을 낮추는 장점이 있어 보였다. 개점 초기 투자비용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가맹점이 성장하고 매출이 늘어날수록 본사는 매출과 관계없이 꾸준히 물품 차액으로 이익을 챙겼고, 가맹점은 가격 경쟁력을 잃고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최근 가맹점주들이 본사를 상대로 대규모 소송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점주들은 "본사가 지나치게 높은 납품가를 강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조사 결과, 본사가 공급하는 식자재나 소모품 가격이 시중가보다 20~50% 이상 비싼 경우도 빈번하게 발견됐다. 일부 가맹본부는 특정 물품에 대해 외부 조달을 전면 금지하는 계약 조항을 넣어 사실상 독점 공급을 강제하기도 했다.
대표적 사례가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다. 일부 브랜드는 가맹점주에게 닭고기, 소스, 포장재 등을 본사를 통해서만 구매하도록 의무화하고, 시중 가격 대비 상당히 높은 가격으로 공급해왔다. 이에 대해 점주들은 “0% 로열티를 내세우며 가입을 유도했지만, 실제로는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문제는 이런 차액가맹금 구조가 단순한 갈등을 넘어 법적 분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가맹점주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집단 신고하거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프랜차이즈 본부를 상대로 제기된 '차액가맹금' 관련 소송은 전년 대비 30% 이상 급증했다.
공정위 역시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 공정위는 가맹본부에 대해 물품공급 계약의 투명성 강화, 납품가격 공개 의무화 등을 주문하고 있다. 특히 “본사의 부당 이득을 가맹점주에게 전가하는 관행은 근절해야 한다”며 강력한 시정 조치 방침을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한국형 프랜차이즈 모델이 이제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고 본다. “브랜드 사용 대가로 정당한 로열티를 받고, 물품공급은 시장 경쟁에 맡기는 것이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지적이다. 일부 선진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은 이미 ‘로열티 부과 + 자율 조달 허용’ 방식으로 전환을 시작했다. 스타벅스, 맥도날드, 버거킹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많은 가맹본부는 여전히 '물품 차액'이 핵심 수익원이다. 이를 포기하면 단기적으로는 본사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 따라서 본부 입장에서는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는 혁신이 불가피해 보인다.
결국 이번 논란은 한국 프랜차이즈 산업의 체질 개선을 요구하는 신호탄이다. '0% 로열티'라는 겉모습에 가려진 비효율과 갈등 구조를 그대로 둘 경우, 지속가능한 성장은 어렵다.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새로운 계약 모델이 절실한 시점이다.
지금이야말로 한국 프랜차이즈 산업이 글로벌 스탠더드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다. 과연 업계가 고질적인 관행을 넘어 성숙한 계약 문화로 나아갈 수 있을까. 치열한 논쟁과 조정의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