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갈래로 갈라진 트럼프 민심…공정 무역 복원 vs 고통받는 물가"
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대선 행보를 본격화하면서, 미국 민심은 다시 한 번 양극단으로 갈리고 있다. 트럼프가 내세우는 '공정한 무역' 회복 구호는 한편에서 열렬한 지지를 얻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물가 고통'이라는 현실적 문제를 부각시키며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이처럼 트럼프식 무역 정책에 대한 민심은 지금, 극명하게 둘로 쪼개져 있다.
트럼프는 재집권을 노리며 다시 한 번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하고 있다. 그는 "미국 산업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중국과의 불공정 거래를 반드시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60%에 달하는 중국산 제품 관세 부과를 공약으로 내세우며, 자국 제조업 부활과 일자리 창출을 약속하고 있다.
이러한 강경 무역정책은 제조업 기반 지역을 중심으로 상당한 지지를 얻고 있다. 오하이오,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등 이른바 '러스트 벨트(Rust Belt)' 지역에서는 트럼프의 메시지가 여전히 유효하다. 이 지역 유권자들은 글로벌화 속에서 일자리를 잃은 기억을 잊지 않고 있다. 그들에게 있어 '공정 무역'은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트럼프식 보호무역은 단순한 정치 슬로건이 아니라, 자신들과 가족의 삶을 지켜줄 수단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반대편에서는 심각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특히 소비자 물가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문제로 지적된다. 실제로 2018~2019년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이후 미국 내 소비자물가는 상승 압력을 받았다. 가전, 의류, 식품 등 생활 필수품 가격이 올라 중산층과 서민층의 부담이 커졌다.
이번에도 같은 문제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경제 전문가들은 "대규모 관세 부과는 공급망 비용을 높이고, 이는 곧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고 경고한다. 특히 고물가·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는 현재, 추가적인 물가 상승은 저소득층을 직격할 수 있다. 이러한 우려는 대도시, 고학력층,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민심의 분열은 여론조사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최근 주요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의 무역정책에 대해 "공정성을 되찾는 데 필요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약 48%에 달했다. 반면 "물가 부담이 심화돼 반대한다"는 응답도 45%를 기록하며 팽팽히 맞섰다. 지역, 소득, 학력 수준에 따라 인식 차이는 더욱 극명했다. 전통적 제조업 도시에서는 트럼프 지지가 높았고, 대도시 및 첨단 산업 중심지에서는 반대 의견이 우세했다.
문제는 이런 갈등이 단순한 의견 차이를 넘어, 정치적 대립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지지층은 글로벌화와 자유무역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을 품고 있으며, 이를 '기득권 엘리트의 음모'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트럼프 반대층은 보호무역이 미국 경제를 오히려 약화시키고,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손상시킬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러한 민심 분열 속에서 트럼프는 자신에게 유리한 프레임을 강화하고 있다. 그는 무역정책을 단순한 경제 이슈가 아닌 '애국심'과 '국가 자존심' 문제로 포장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 측은 '생활 물가'와 '소비자 피해'를 부각시키며 대응하고 있다. 결국 이번 대선은 단순한 인물 대결을 넘어, 미국이 어떤 경제 모델을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부 중도 성향 유권자들은 "공정 무역과 저렴한 물가 모두 포기할 수 없는 가치"라며 보다 균형 잡힌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무차별적 보호무역이 아니라, 전략적 산업 보호와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를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트럼프식 과격한 관세 폭탄보다는 섬세한 경제외교와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결국, 트럼프의 무역 드라이브는 미국 민심을 다시 깊게 양분시키고 있다. 한쪽에서는 '잃어버린 공정성'을 되찾기 위한 필요악으로, 다른 한쪽에서는 '삶의 질 악화'를 부르는 위험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트럼프가 이 민심의 균열을 어떻게 활용하고, 민주당이 이를 어떻게 봉합할지에 따라 2024년 대선 판세는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