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만 100종…상하이모터쇼서 드러난 中 전기차의 ‘브레이크 없는 질주’
올해 상하이모터쇼는 전기차의 전장(戰場)으로 다시 한 번 그 위상을 증명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테슬라까지 참여한 이 거대한 무대에서 가장 눈에 띈 주인공은 다름 아닌 중국 전기차(EV) 브랜드들이었다. BYD, 샤오펑, 니오, 리샹을 비롯해 새로운 스타트업까지 총출동해 신차만 무려 100여 종을 공개하며, ‘전기차 굴기(崛起)’라는 표현이 더 이상 과장이 아님을 스스로 입증했다.
폭발적 신차 공세…'중국차' 아닌 '중국전기차'
전시장 곳곳에는 기존 브랜드의 페이스리프트 모델뿐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 위에서 태어난 신형 전기차들이 자리잡았다. 특히 BYD는 2024년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1위를 차지한 기세 그대로 10종이 넘는 EV와 PHEV(플러그인하이브리드)를 쏟아냈다.
니오(NIO)는 신형 세단과 SUV 모델 외에도 자체 개발한 배터리 교체 스테이션 4세대를 소개하며, 충전 인프라에서도 '속도전'을 펼치고 있음을 강조했다. 샤오펑(Xpeng)은 자율주행 기술을 강조하며, 전시차 곳곳에 ‘AI 기반 주행보조시스템’ 탑재를 내세웠다.
과거 ‘가격 경쟁력’에 의존하던 중국차는 이제 '기술력+브랜드 스토리'로 완성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싼 맛”이 아닌 “살 만한 차”로 이미지 전환을 꾀하는 중이다.
글로벌도 긴장…현대차·폭스바겐·도요타도 수세
중국 브랜드들의 거침없는 확장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기반의 새로운 전기 SUV를, 도요타는 BZ 시리즈 확대 모델을, 폭스바겐은 ID.시리즈의 후속작을 선보였지만, 그 파급력은 상대적으로 약했다.
심지어 테슬라조차도 ‘모델3’ 마이너 체인지 버전으로 조용히 전시를 대신하며 현지 업체들처럼 새로운 흥행 요소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전기차 시대에 있어 '중국 시장'은 더 이상 소비 시장이 아닌 '기술 시험장'이자 '브랜드 생존 경쟁장'이 된 셈이다.
가격은 낮추고, 성능은 끌어올려…‘무한 질주’의 원동력은?
중국 전기차 기업들이 이처럼 공격적인 행보를 보일 수 있는 이유는 **국내 대규모 보조금 정책 종료 이후에도 스스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또한 배터리부터 전장부품까지 자체 생산 비중을 확대하면서, 테슬라나 LG에너지솔루션 등 외부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도 급격히 줄였다. 리튬·희토류 등의 소재 확보는 물론, 배터리팩 설계·제어 소프트웨어까지 통합해 내재화에 성공하고 있다는 점이 결정적이다.
여기에 ‘GPT 연동 AI 비서’, ‘인포테인먼트 개인화’, ‘L3급 자율주행’까지 탑재된 고급 사양을 3천만원대에 제공하는 모델도 나오면서, 전통 강자들이 감히 따라가기 어려운 ‘가성비 기술력’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출해냈다.
한국차는? ‘중국산 전기차’의 국내 역진입도 경계 대상
한국 자동차업계 역시 이 같은 흐름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미 국내에는 중국 브랜드의 전기버스가 다수 유통되고 있으며, 승용 부문에서도 ‘이무(임모터)’, ‘제로런’, ‘Wuling’ 등 브랜드가 한국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문제는 단순히 수입 물량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다. 실제로 "전기차는 중국이 제일 잘 만든다"는 평가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점점 확산되는 분위기다.
국내 완성차 브랜드들이 여전히 충전 인프라 부족, 플랫폼 통일성 문제, 높은 가격 구조 등에 발목 잡혀 있는 사이, 중국은 ‘저가+고기능’이라는 압도적 조합으로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결론: 기술+생태계+속도…‘중국 전기차 굴기’는 이제 현실
2025년 이후 중국은 세계 전기차 시장 점유율 40%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과거 ‘짝퉁 논란’에 시달리던 중국차는 이제 테슬라, 현대, 도요타를 기술력으로 위협하는 실질적 경쟁자로 떠올랐다.
이번 상하이모터쇼는 단순한 차량 전시가 아니라, 글로벌 자동차 패권이 어디로 기울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장이었다. 한국은 물론, 전 세계 자동차 산업에 ‘중국 전기차 시대가 시작됐음’을 알리는 경종이었다.
이제는 피할 수 없는 전선이다. 한국 역시 "기술+속도+가격"이라는 삼박자를 갖춘 새로운 경쟁 전략이 절실하다. ‘브레이크 없는 질주’에 대응하려면, 브레이크가 아니라 가속페달을 밟아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