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의료에 지갑 여는 외국인…의료 쇼핑 80% 폭증, 다시 붐 타는 메디컬코리아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지출 목적'이 달라지고 있다. 이제 더 이상 한국행의 이유는 쇼핑이나 K팝, 화장품만이 아니다. 최근 들어 K의료 서비스에 대한 외국인의 지출이 무려 80% 이상 급증하며, ‘의료 쇼핑’이 관광의 새로운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의 정교한 의료 기술, 수준 높은 의료 인프라,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이 외국인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고 있는 셈이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환자 수는 전년 대비 70% 가까이 증가했으며, 의료 분야 지출 규모는 약 80% 급증했다. 특히 중동, 중국, 러시아, 미국, 일본 등에서 고소득층 중심의 ‘의료 목적 입국’이 활발해지며, 의료 관광 시장이 다시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분석된다.
■ 성형부터 암 치료까지…다양해진 의료 수요
과거 외국인 환자 대부분은 피부 미용, 성형수술 등 미용 목적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치료 목적 방문도 크게 늘었다. 척추·관절, 심장질환, 암 치료 등 고난도 시술을 받기 위해 한국을 찾는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미국과 러시아, UAE, 카자흐스탄 등지에서는 정형외과나 내과, 암센터 치료를 위한 방문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한국 병원의 높은 의료기술 수준은 글로벌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최신 장비 도입은 물론, 진단부터 치료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고, 원스톱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외국인 환자들의 만족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또한 ‘신속하고 친절한 의료 대응’, ‘개인 맞춤형 의료’ 등 한국형 병원 서비스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 병원과 쇼핑센터가 붙어 있다? '의료+소비' 복합화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한 국내 의료기관들의 전략도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의료와 소비, 관광을 융합한 '의료 쇼핑 복합 클러스터' 구축 움직임이 활발하다. 서울 강남, 명동, 부산 해운대 등지에서는 병원 인근에 면세점, 쇼핑몰, 고급 호텔을 배치해 ‘체류형 메디컬 관광’을 유도하고 있다.
실제로 성형외과와 피부과 중심의 병원이 밀집한 강남 일대는 외국인 환자 전용 컨시어지 서비스, VIP 회복실, 통역지원 등 고급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으며, 일부 병원은 고객이 시술을 마친 뒤 면세 쇼핑이나 관광 코스를 예약할 수 있는 패키지 상품까지 운영하고 있다.
■ 의료 한류의 확장…이제는 브랜드 산업으로
K-의료는 이제 단순한 병원 진료를 넘어 ‘브랜드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대형병원은 이미 해외지사 설립과 국제협력 네트워크 확장을 통해 글로벌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해외에서 ‘K-메디컬’에 대한 이미지가 구축되면서, 한국행을 선택하는 환자들이 더욱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도 만들어지고 있다.
더불어 정부도 외국인 환자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복지부는 의료관광 특화도시 확대, 의료비 계산 간소화, 비자 발급 절차 개선 등을 포함한 정책 패키지를 발표하며, 연간 100만 외국인 환자 유치 목표를 세웠다. 특히 올해부터는 중동 고소득층을 타깃으로 하는 ‘하이엔드 의료관광 마케팅’이 본격 추진될 예정이다.
■ 다시 살아나는 메디컬코리아
팬데믹 기간 동안 사실상 멈춰섰던 한국 의료 관광 산업이 이제 다시 심장 뛰기 시작했다. 외국인 환자 수는 2019년 수준을 빠르게 회복하고 있으며, 의료 쇼핑이라는 새로운 소비 형태가 K의료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K-팝, K-뷰티를 넘어 이제는 K-메디컬이 한류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며, “지금은 글로벌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국 의료의 고급화와 브랜드화에 박차를 가할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이제 한국 병원은 단순한 치료의 공간을 넘어, 치료와 회복, 소비와 체험이 어우러진 복합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전 세계 건강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이들이 선택한 목적지, 바로 지금 K-의료의 르네상스가 시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