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로봇청소기 불티난 이유 있었네…가전매장 가보니 ‘화들짝’
요즘 가전매장에 가보면 한 가지 눈에 띄는 변화가 있다. 로봇청소기 코너에 ‘중국산’ 브랜드들이 줄줄이 전시되어 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다이슨, 삼성, LG 등 프리미엄 브랜드의 잔치 같던 이 공간에 이제는 에코백스, 로보락, 드리미, 레이미 같은 중국 브랜드들이 당당히 중앙을 차지하고 있다. 더욱 놀라운 건 판매 속도다. “중국산인데 왜 이렇게 잘 팔려?”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올 정도다. 가격 때문일까? 성능 때문일까? 궁금증에 직접 가전매장을 찾아가보니 이유는 명확했다.
서울 강남의 한 대형 가전전문점. 로봇청소기 코너는 평일 오후에도 방문객이 꽤 붐볐다. 매장 관계자는 “최근 몇 달 새 중국 브랜드 로봇청소기 매출이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이상 늘었다”며 “특히 3040대 고객의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진열된 제품들을 살펴보면 놀라운 공통점이 보인다. 고급스러운 외관, 자동 먼지 비움 기능, AI 맵핑, 물걸레 기능까지 갖춘 제품이 50만80만 원대에 형성돼 있는 것이다. 같은 기능을 가진 국내 브랜드 제품은 적게는 2배, 많게는 3배에 달한다.
중국 로봇청소기의 선두주자인 로보락은 샤오미 생태계에서 출발해 이제는 독립 브랜드로 굳건히 자리 잡았다. 최신 모델은 자동 물통 세척, 자가 건조 기능, 음파 진동 물걸레 시스템까지 탑재하며 하이엔드 시장을 노리고 있다. 에코백스는 아예 “로봇청소기계의 다이슨”을 자처하며 프리미엄 제품군을 확대 중이다. 실제로 제품 시연 코너에서 소비자들은 “소음이 적고, 장애물 회피도 빠르다”, “예전 중국 제품은 조잡했는데,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무엇보다 많은 소비자들이 “가성비가 말도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한 소비자는 “예전에는 ‘중국산’이라고 하면 무조건 거르던 게 사실인데, 요즘은 한번 써본 사람들은 대부분 인정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는 “국내 브랜드보다 100만 원 넘게 싸면서 기능은 거의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낫다”며 “브랜드 이미지만 다를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엔 중국 기업들의 기술력 향상과 글로벌 전략이 있다. 단순한 OEM 생산을 넘어 독자적 센서 기술, AI 알고리즘 개발까지 진행 중이며, 실제로 다수의 중국 브랜드는 CES(국제가전박람회), IFA(독일 가전전시회) 등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가사 노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글로벌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국내 브랜드들은 여전히 프리미엄 전략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삼성 ‘비스포크 제트 봇’, LG ‘코드제로 R9’ 등 고성능 제품도 있지만, 가격 접근성이 떨어지고, 중저가 시장에는 오히려 공백이 크다. 이 틈을 중국 브랜드가 빠르게 파고들며 소비자 선택지를 넓히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인터넷 쇼핑과 SNS 리뷰 확산이 브랜드 장벽을 낮추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우려도 있다. A/S 불편, 일부 제품의 내구성 문제, 펌웨어 안정성 등은 여전히 중국 브랜드의 숙제로 꼽힌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내 공식 수입사를 통해 정식 유통되는 모델이 늘어나며 서비스망도 점차 개선되고 있다. 게다가 일부 중국 브랜드는 아예 국내 A/S 센터를 운영하며 고객 신뢰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소비자들은 브랜드 로열티보다 **실질적 기능과 가격을 중시하는 ‘가치 소비’**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며 “국내 브랜드들도 중저가 라인업 강화, OTA 업데이트 기능 등으로 발빠르게 대응하지 않으면 점유율을 뺏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로봇청소기 열풍은 단순한 ‘가격 경쟁력’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기술과 디자인, 사용자 경험까지 모두 갖춘 ‘신흥 강자’로 부상한 이들 브랜드는 이제 국내 시장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됐다.
가전매장에 발 들이는 순간, “이게 중국 제품이라고?”라며 놀라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놀람은 곧 구매로 이어질 확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