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브 루스 보는 줄” 이정후, MLB 첫 연타석 홈런에 美도 들썩
한국 야구의 기대주에서 이제는 메이저리그의 새로운 스타로—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마침내 미국 무대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제대로 각인시켰다. 현지 시간으로 4월 14일, 시카고 컵스와의 홈경기에서 이정후는 빅리그 데뷔 이후 처음으로 연타석 홈런을 쏘아 올리며 미국 야구 팬들의 이목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1번 타자 겸 중견수로 출전한 이정후는 이날 경기에서 1회 첫 타석부터 상대 선발투수의 시속 95마일짜리 직구를 통쾌하게 받아쳐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이어진 3회 두 번째 타석에서도 변화구를 노려 정확히 밀어쳐 다시 한 번 우중간 담장을 넘겼다. 연타석 홈런. 이정후의 타격이 단순히 정확성에 그치지 않고 장타력까지 갖추고 있음을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현지 중계진은 이정후의 두 번째 홈런이 담장을 넘자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마치 베이브 루스를 보는 줄 알았다”, “이게 바로 KBO 출신의 파워다”라며 극찬을 쏟아냈다. 특히 타격 자세와 공을 끝까지 바라보며 정확히 때려내는 이정후 특유의 스타일이 미국 야구팬들에게 신선한 인상을 남긴 것으로 평가된다.
경기 후 현장에 있던 미국 기자들은 일제히 그의 활약을 조명했다. ESPN은 “K-히트 머신이 이제는 K-슬러거로 거듭나고 있다”며, “이정후의 타격은 리그 초반 최대의 반전 스토리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시즌 초반엔 그의 장타력에 대한 의문이 있었지만, 이날 연타석 홈런으로 그 우려를 완전히 날려버렸다.
메이저리그 공식 SNS 계정도 이정후의 홈런 영상을 빠르게 업로드하며, “이 선수 누구야? 메이저리그 데뷔 몇 주 만에 벌써 이런 활약이라니”라는 멘트와 함께 팬들의 반응을 유도했다. 댓글창에는 “리틀 이치로에서 빅 베이브로”, “이제 이정후는 전 세계의 정후다”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더욱 놀라운 점은 그의 차분한 경기 태도다. 홈런을 친 후에도 감정 표현을 자제하고 덕아웃으로 조용히 돌아가는 모습에 미국 팬들도 “이 선수, 품격까지 갖췄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이정후는 “공이 잘 맞았다. 팀에 도움이 돼 기쁘다”며 “홈런도 좋지만, 꾸준한 출루와 수비가 제 역할이라 생각한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이날 경기에서 이정후는 4타수 3안타 2홈런 3타점의 맹활약을 펼치며 팀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샌프란시스코 팬들은 경기 직후 홈구장 밖에서 “LEE JUNG HOO”를 외치며 그의 이름을 연호했고, 어린 팬들은 그의 유니폼을 사기 위해 구단 공식 매장에 줄을 서는 진풍경까지 벌어졌다.
현지 전문가들은 “이정후는 단순한 신인 유망주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진화하고 있으며, 시즌이 거듭될수록 더욱 위협적인 타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타고난 콘택트 능력에 더해 미국식 트레이닝을 거치며 파워까지 갖추게 되면서, 5툴 플레이어로 성장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번 연타석 홈런은 단순한 화제성 이벤트를 넘어, 이정후가 메이저리그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실력을 가졌음을 입증한 사례다. KBO 출신 타자라는 선입견을 깬 그의 활약은 앞으로 더 많은 한국 타자들의 MLB 진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정후의 이름은 이제 단순히 '이종범의 아들'이 아니라, 그 자체로 메이저리그가 주목하는 이름이다. 바야흐로 '정후 시대'의 서막이 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