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 가구 공급에 건설현장 ‘숨통’…신축매입임대, 시장 회복 신호탄 될까
침체 일로를 걷던 건설 시장에 모처럼 훈풍이 불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신축매입임대주택 5만 가구 공급’ 계획이 본격 추진되면서, 중소 건설사와 주택건설 업계 전반에 숨통이 트이는 모습이다. 최근 미분양 적체, 공사 중단 우려 등으로 ‘공급 절벽’ 위기에 놓였던 시장에 실질적인 일감 확보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이번 정책을 통해 공공임대 수요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위축된 민간 주택건설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저소득층 주거 안정과 함께, 중소 건설사와 지역 중견사들의 활로 마련이라는 ‘일석이조’ 효과가 기대된다.
■ 신축매입임대란? 건설사에겐 ‘즉시 수익’, 정부에겐 ‘즉시 공급’
‘신축매입임대’는 민간 건설사가 공급한 주택을 정부가 준공 직후 매입해 공공임대로 전환하는 제도다. 공공주택을 직접 짓는 방식보다 빠른 공급이 가능하고, 건설사는 착공 전부터 정부 매입을 확정받기 때문에 수익 예측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번 5만 가구 물량은 수도권과 지방 모두에서 추진되며, 특히 미분양 위험이 높은 지방 소형주택 중심으로 집중 배치될 계획이다. 실제로 국토부는 “지자체, LH와 협업해 지역 맞춤형 매입임대를 적극 발굴하겠다”고 밝히며 주택경기와 지역경제를 함께 살리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 미분양 리스크 해소…지방 건설사들 “숨통 트였다”
올해 들어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 가구를 넘나들며 업계에 부담을 줬다. 특히 지방 중소 건설사들은 분양률 저조로 인해 공사 중단 또는 착공 연기를 고민하는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신축매입임대 정책에 따라 일정 물량을 공공에 사전 계약 형식으로 납품할 수 있게 되면서, 미분양 부담이 크게 줄었다.
부산, 대전, 전주 등 일부 지방 도시에선 벌써부터 지방공기업과 LH가 건설사들과 실무 접촉을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한 지역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공공이 매입해준다는 확신이 있으니 착공 결정이 쉬워졌다”며 “정책 발표 이후 현장 분위기가 확실히 바뀌었다”고 말했다.
■ 소형·중저가 주택 확대…실수요층 숨통
정부는 신축매입임대 주택의 전용면적을 60㎡ 이하로 제한해, 1~2인 가구 중심의 주거 안정에 초점을 맞췄다. 이는 기존 공공임대가 소득 하위계층에 국한됐던 것에서 한 발 나아가, 청년, 신혼부부, 고령층 등 실수요자층의 선택지를 넓히는 방향이다.
특히 수도권에서는 역세권 소형 주택 위주로 공급을 유도하면서 교통·생활 편의성을 고려한 ‘살고 싶은 임대주택’ 공급을 지향한다. 그동안 공공임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했던 만큼, 건축 디자인·커뮤니티 시설 개선 등 품질 향상도 병행될 전망이다.
■ 공급과잉 우려 대신 ‘선택과 집중’ 효과 노린다
일각에선 “이미 미분양이 쌓이는데 5만 가구를 더 짓는 게 맞느냐”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번 공급이 전체 시장을 자극하는 과잉 공급이 아닌, 특정 수요층을 타깃으로 한 맞춤형 공급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게다가 건설사 입장에서도 미분양 리스크를 줄이고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는 ‘수의계약 성격’의 매입임대는 불확실성이 높은 현시점에서 매우 매력적인 제안이다.
■ 정책의 성공 열쇠는 ‘입지와 품질’
관건은 역시 **‘어디에, 어떤 집을 짓느냐’**이다. 실수요자들이 원하는 위치와 품질을 갖추지 못하면 공급 효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에 정부는 지자체와 협업해 입지 선정을 철저히 하고, LH는 “도시형생활주택, 오피스텔 등 다양한 유형도 검토하겠다”고 밝히며 유연한 형태의 주택 매입과 품질 확보를 다짐하고 있다.
신축매입임대 5만 가구 공급은 단순한 ‘공공주택 확대’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위축된 건설업계에 일감을 주고, 실수요자에겐 집을 주며, 공공은 효율적인 공급을 확보하는 구조다.
이 정책이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단기적 시장 회복을 넘어 ‘공공-민간 상생 모델’로 자리잡을 가능성도 커 보인다.
공급은 멈출 수 없다. 다만 지금은, ‘어떻게’ 공급하느냐가 더 중요해진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