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그림자에 무너진 신뢰… 美은행주, 실적 앞두고 ‘눈물의 조정’
미국 은행주가 흔들리고 있다. 실적 시즌을 앞두고 주요 은행들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하며 금융시장 전반에 불안감이 번지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었고, 이는 은행업의 핵심인 대출 수익성과 자산건전성에 직격탄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가 ‘연착륙’을 넘어 ‘경착륙’ 우려로 번지자, 시장은 은행주의 신뢰부터 거두기 시작했다.
월가에 따르면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웰스파고, 씨티그룹 등 미국 4대 은행을 포함한 주요 금융주의 주가가 최근 1~2주 사이 평균 10% 이상 하락했다. 특히 지역은행과 중소형 금융주의 낙폭은 더욱 커, 지난해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당시의 악몽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투자자들이 은행주를 외면하는 첫 번째 이유는 경기둔화에 따른 대출 감소 전망이다. 금리 고공행진에 기업 대출 수요는 이미 위축됐고, 가계 소비 둔화와 부동산 시장 조정이 맞물리며 가계대출 부문도 흔들리고 있다. 이는 은행들의 이자수익 축소로 직결된다. 작년까지는 기준금리 인상 덕에 순이자마진(NIM)이 확대되며 수익을 방어했지만, 이제는 ‘고금리→수요 위축→실적 하락’의 역풍을 맞는 구도가 된 것이다.
두 번째는 부실채권 증가 우려다. 특히 상업용 부동산(CRE) 부문이 뇌관이다. 팬데믹 이후 공실률이 높아진 오피스 시장과 금리부담에 흔들리는 자영업 대출은 은행들의 건전성을 위협하고 있다. 일부 지역은행들은 CRE 대출 비중이 40%를 넘기도 해, 시장에선 “또 다른 도미노 파산이 나올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세 번째는 연준의 금리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시장은 올해 하반기부터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 기대했지만, 최근 발표된 고용지표와 물가지표가 여전히 견고하게 나타나면서 인하 시점이 불투명해졌다. 금리가 예상보다 더 오래 고점에 머물 경우, 은행들은 자금 조달 비용 증가와 대출 수익 축소라는 ‘이중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최근 “연착륙만을 가정하고 움직이는 것은 위험하다”며 “지정학적 리스크와 고금리 장기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는 단순히 일시적 주가 조정이 아니라, 은행업 전반의 펀더멘털에 대한 신중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러한 가운데 일부 투자자들은 금융업 전반에 대한 비중 축소에 나서고 있다. 안전자산으로는 기술주, 배당주, 또는 채권이 다시 주목받고 있으며,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금융 섹터를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하거나 축소하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특히 지난해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던 대형은행조차 실적 둔화 전망 앞에선 예외가 아니다.
향후 실적 발표가 관건이다. 4~5월 중순까지 이어지는 1분기 실적 시즌에서 은행들이 대출 성장률, NIM 변화, 대손충당금 증가 여부 등에서 시장의 우려를 얼마나 잠재울 수 있을지가 주가 반등의 열쇠다. 만약 실적마저 기대치를 밑돌 경우, 금융주는 더 깊은 조정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은행주의 눈물은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고금리 장기화, 경기둔화, 금융불안이라는 3중고 속에서 ‘은행이라는 업의 본질’이 흔들리고 있다는 시장의 불안한 신호다. 신뢰가 빠져나간 자리는 불안과 유동성만이 남는다. 그리고 시장은 지금, 그 신뢰가 회복될 수 있을지를 시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