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같이 경제 공부/■ 뉴스 및 이슈

AI가 만든 장면마다 ‘K-딱지’…완성도와 추억까지 인증하는 시대

제리비단 2025. 4. 11. 10:21
728x90
반응형
SMALL

이젠 콘텐츠를 보면서 ‘이 장면, 혹시 AI로 만들었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인물의 얼굴이 유난히 매끈하거나, 배경이 지나치게 완벽하거나, 표정이 묘하게 기계적인 경우 말이다. 실제로 넷플릭스, 유튜브, 웨이브 등 각종 플랫폼에서 AI가 만들어낸 장면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 그 완성도는 사람 손을 거친 것 못지않다. 그런데 최근 콘텐츠계에는 이 AI 장면들에 ‘워터마크’—일종의 K-딱지—를 붙이자는 흐름이 생기고 있다. 한국이 선도하는 이 흐름은 단순한 표시를 넘어, ‘K-콘텐츠’의 신뢰와 품질을 인증하는 장치로 주목받고 있다.

이른바 ‘AI 워터마크’는 영상 속 특정 장면이 인공지능 기술로 생성되었음을 보여주는 디지털 표시다. 시청자는 눈에 띄지 않게 삽입된 이 마크를 통해 어떤 장면이 사람의 손이 아닌 알고리즘에 의해 탄생했는지를 알 수 있다. 과거엔 ‘진짜 같은 가짜’를 만드는 것이 AI 기술의 궁극적 목표였다면, 이젠 ‘가짜임을 정확히 표시’하는 것이 새로운 윤리적 기준이 된 셈이다.

K콘텐츠 업계는 특히 이 ‘딱지’에 진심이다. 왜냐하면 콘텐츠 소비자들이 이제 단순히 ‘잘 만든 영상’을 넘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까지 신경 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K드라마 한 장면 속 군중이나 전투 장면이 AI로 생성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사실이 명시된다면 오히려 "이 정도 퀄리티면 AI 써도 되겠네"라는 긍정적 반응이 나온다. K콘텐츠의 신뢰는 ‘공개와 투명성’에서 나온다는 점에서 워터마크는 하나의 품질 인증서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또한, 이러한 워터마킹은 향후 추억 회상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지금은 ‘진짜 사람이 연기한 장면’과 ‘AI가 만든 장면’을 구별하기 어렵지만, 시간이 흐르면 그 구분 자체가 소중한 데이터가 된다. “아, 저 장면은 AI가 만든 거였구나. 그런데도 감동적이었지”라는 식의 회상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기술의 진보가 지나간 시간의 감정을 지워버리지 않도록 돕는 디지털 타임캡슐인 셈이다.

더불어, AI 워터마크는 저작권과 윤리 문제에서도 중요한 기능을 한다. 최근에는 배우의 얼굴을 무단으로 복제해 만든 광고나, 사망한 연예인의 목소리를 AI로 재현한 사례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럴 때 콘텐츠 제작자가 명확하게 워터마크를 남기고, 시청자도 이를 인식할 수 있다면 부작용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K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를 얻고 있는 배경에는 바로 이런 윤리적 감수성과 기술의 조화가 있다.

앞으로는 AI로 만든 장면이 점점 더 많아질 것이고, 사람과 기계의 협업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그렇기에 ‘누가 만들었는가’를 감추는 대신, ‘어떻게 만들었는가’를 드러내는 것이야말로 콘텐츠의 새로운 신뢰 코드다. AI가 만든 장면마다 ‘K-워터마크’가 붙는 날, 우리는 단순히 기술을 넘어 콘텐츠의 품격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는 오늘의 추억과 내일의 기준이 함께 새겨져 있을 것이다.

728x90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