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 유증에 오너家 1.3조 투입…승계 논란 사실상 ‘종지부’
한화그룹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에 오너 일가가 대규모로 참여하며, 그간 불거졌던 ‘편법 승계’ 논란에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번 참여를 통해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의 정당성과 책임성을 시장에 입증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되며, 재계에서는 한화가 ‘정공법’을 택한 이례적인 사례로 주목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2조 3,000억 원 규모의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공식 발표했으며, 이 가운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을 포함한 오너 일가가 약 1조 3,000억 원을 실탄으로 투입한다고 밝혔다. 김동관 한화 부회장을 비롯한 오너 2·3세들이 사재를 들여 참여하면서, 자금 조달 목적뿐 아니라 그룹 지배구조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복합적 전략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한화는 방산과 에너지, 우주항공 등 첨단 전략 산업을 중심으로 미래 먹거리 확보에 집중해왔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국내 방산 산업의 핵심 기업이자, 우주·항공 분야 확장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을 인수하며 계열사 통합이 본격화됐고, 이번 유증 역시 그룹의 전략 재편 과정 중 하나로 연결된다.
하지만 유상증자가 발표되자 일각에서는 ‘승계 자금 마련용’이라는 시선이 제기됐다. 실제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그룹 내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축으로, 향후 한화의 정점 지주사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오너 일가가 유증 참여를 통해 지배력을 확대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해왔다.
이에 대해 한화 측은 “오너 일가의 유증 참여는 편법 없이 투명하게 자금을 조달하고 책임 경영을 실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김동관 부회장은 자신의 보유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등 사재를 적극 활용해 참여에 나섰으며, 이는 단순한 승계 의혹을 넘어 책임 있는 경영 승계를 위한 ‘실행’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장 반응도 긍정적이다. 불확실한 구조조정보다, 자금 투입을 통한 주주 책임 이행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기업 가치 제고 측면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방산·우주항공 산업에 대한 글로벌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확보한 실탄은 R&D 확대, 글로벌 진출, M&A 등 다양한 분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재계에서는 이번 사례가 국내 대기업 오너들의 승계 방식에 있어 모범적인 선례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지금까지 많은 기업들이 합병, 지분 교환, 계열사 간 내부거래 등 ‘복잡한 수단’으로 승계 구조를 짜온 반면, 한화는 이번 유증을 통해 오너 일가가 직접 자금을 투입하고 책임을 지는 방식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물론, 아직까지 일부에서는 유증 자금의 출처나 지분율 변화에 대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신중론도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공개된 구조와 참여 방식은 ‘편법이 아닌 정면 돌파’라는 시장 평가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한편, 김동관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한화 3세 경영진은 앞으로도 그룹의 우주·에너지·방산 중심의 ‘뉴 한화’ 비전을 구체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유상증자를 계기로 지배구조 개편 및 경영권 승계 과정이 더욱 속도감 있게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결국 이번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증은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 한화 오너 일가가 책임과 정당성을 동시에 확보하며 승계 구도를 시장에 공식화한 사건으로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