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소비 한파 속 ‘깜짝 실적’…LG전자, 1분기 매출 신기록 경신
글로벌 소비 침체와 수요 위축 속에서도 LG전자가 2025년 1분기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역시 LG’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기 둔화, 고금리, 환율 불안이라는 삼중고 속에서도 가전과 전장(전기차 부품) 부문에서 고른 성과를 내며 위기 속 기회를 만들어냈다는 분석이다.
LG전자는 지난 5일 잠정 실적 공시를 통해 2025년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이 약 22조 1,000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한 수치이자, 역대 1분기 기준으로는 최대 실적이다. 영업이익은 약 1조 3,000억 원으로, 비록 전년보다 15% 감소했지만, 시장 예상치보다는 웃도는 수준을 기록하며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같은 실적의 핵심은 바로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있다. 전통적인 캐시카우였던 생활가전 부문은 여전히 견조한 실적을 유지하고 있으며, 고수익 프리미엄 제품 중심의 전략이 주요 시장에서 통했다. 특히 북미와 유럽에서 고급 냉장고, 스타일러, 빌트인 가전의 판매가 증가하며 실적을 뒷받침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소비 양극화’ 트렌드에 맞춘 LG의 고급화 전략이 유효했다는 분석이다.
한편, LG전자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받는 전장(VS, Vehicle Solution) 부문도 본격적인 실적 기여를 시작하고 있다. LG는 이미 GM, 현대차,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의 전장 부품 공급 계약을 다수 확보하고 있으며, 이번 1분기에도 해당 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20% 이상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관계자는 “전장 부문은 올해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며 “차세대 전기차용 인포테인먼트,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등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LG전자는 올해 1월 미국 CES 2025에서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기술을 선보이며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눈길을 끌었다.
TV 등 HE(Home Entertainment) 부문은 다소 부진했지만, 고급형 OLED TV의 점유율 확대와 B2B 수요 증가가 완충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호텔, 기업 등에서 디지털 사이니지와 상업용 디스플레이 수요가 견조했다.
무엇보다 주목할 부분은 LG전자의 위기 대응력이다. 공급망 이슈와 소비 둔화가 겹친 글로벌 시장에서, LG는 재고 관리를 철저히 하고,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비용을 효율화하면서 수익성을 지켜냈다. 실제로 LG전자는 지난해부터 수익성이 낮은 제품군의 생산·판매를 단계적으로 조정하고, R&D와 프리미엄 제품군에 집중해왔다.
증권가도 LG전자의 이번 실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1분기 실적은 매출의 질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며 “전장 사업의 본격 성장과 프리미엄 가전의 견조한 수요가 맞물리면서, 올해 실적 전망도 밝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환율 변동성과 글로벌 소비시장 회복 지연,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여전히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한다. 특히 TV와 같은 민감한 소비재 부문은 경기 상황에 따라 등락이 심한 만큼, 하반기 수요 회복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G전자는 '가전 기업'을 넘어 '복합형 기술 기업'으로의 전환에 성공하며 새로운 성장을 꾀하고 있다. 프리미엄 전략과 전장 사업 강화라는 양날의 칼로, 글로벌 소비 침체라는 파고를 정면 돌파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