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블랙먼데이’…亞증시, 미중 무역전쟁 직격탄에 붕괴 수준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전쟁이 또 한 번 격화되면서, 아시아 금융시장이 '관세 블랙먼데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충격에 휩싸였다. 8일 오전, 일본 도쿄 증시를 시작으로 한국, 중국, 홍콩, 대만 등 주요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급락세를 나타냈다. 투자자들은 일제히 위험 자산에서 손을 떼며 안전 자산으로 도피했고, 외환시장은 요동쳤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미국이 전격적으로 1,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를 부과한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도 즉각 보복 관세를 예고하면서 양국 간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시장은 이미 오랜 기간 미중 갈등에 따른 긴장감을 반영해 왔지만, 이번 발표는 그동안 쌓여온 불안을 폭발시키는 촉매가 됐다.
도쿄 증시의 닛케이225는 장중 한때 5% 이상 폭락하며 3만 선이 붕괴됐고, 한국의 코스피지수도 4% 가까이 급락하며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개장 직후 3% 이상 하락했고, 홍콩 항셍지수 역시 1,000포인트 넘게 빠지며 공포 분위기를 반영했다.
특히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대만의 전자, 반도체 관련 종목이 직격탄을 맞았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등 주요 기술주가 대거 매도되며 투자 심리는 얼어붙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원화와 엔화 등 아시아 통화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급락을 단기적인 조정이 아니라 구조적인 불안정성의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 가능성, 인플레이션 압력, 그리고 금리 인상 기조 등이 맞물리며 아시아 경제의 전반적인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HSBC 아시아 전략팀은 “이번 관세 충돌은 단순한 무역 이슈가 아니라 지정학적 경쟁의 표면화로 봐야 한다”며 “단기적으로는 시장의 혼란이 계속될 것이며, 정책 당국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태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의 아시아발 충격이라는 인식도 퍼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블랙먼데이’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라며, 아시아 금융시장이 다시는 예전처럼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아직 미국과 중국 모두 확전의 여지를 열어두고 있는 가운데, 시장은 향후 발표될 추가 관세 조치와 외교적 해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명확한 출구전략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불안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