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피한 '무풍지대'…음원·콘텐츠株에 돈 몰린다"
최근 글로벌 무역전쟁의 파고가 거세지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각국은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철강 등 전략 산업에 고율 관세를 예고하거나 이미 부과 중이다. 이에 따라 제조업 중심 기업들은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그런데 이 와중에도 오히려 웃고 있는 산업이 있다. 바로 음원, 콘텐츠, 게임 산업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디지털 자산의 특성상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 ‘무풍지대’**라는 점이, 최근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실제로 최근 글로벌 증시와 국내 증시를 보면, 콘텐츠 관련 주식이 조용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대표적으로 하이브, SM, YG, JYP 등 주요 K팝 엔터테인먼트 기업들, 그리고 크래프톤, 펄어비스, 넷마블 같은 게임주는 하반기 반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들은 제품을 수출하지 않지만, 전 세계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갖췄기 때문이다.
음원이나 게임은 단순한 스트리밍, 다운로드 형태로 소비된다. 물리적 유통이 필요 없고, 국경을 넘는 데 비용도 거의 들지 않는다. 다시 말해, ‘관세’라는 개념 자체가 적용되지 않는다. 미국이 수입품에 25%, 심지어 60%의 고율 관세를 매기더라도, 디지털 콘텐츠는 그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런 특성 덕분에 콘텐츠 산업은 글로벌 리스크에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피난처’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K콘텐츠는 그 자체로 브랜드 파워를 갖춘 수출품이다. BTS, 뉴진스, 스트레이키즈 같은 K팝 아티스트의 음원은 전 세계 스트리밍 차트를 휩쓴다. 이런 콘텐츠는 한 번 제작되면 별도의 추가 생산 없이 수십 개 국가에서 동시에 소비되며, 높은 마진을 자랑한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등은 이미 글로벌 매출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거두고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 엔터·게임 산업에 AI가 접목되며 새로운 성장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예컨대 AI가 만든 가상 아이돌, 음성 합성 기술을 활용한 다국어 커버 콘텐츠, 게임 시나리오 자동 생성 등은 콘텐츠의 확장성과 수익 모델을 더욱 다변화시킨다. 전통 제조업이 공급망 불안과 관세 리스크로 발목 잡힐 때, 디지털 콘텐츠 기업들은 기술 기반으로 날개를 달고 있는 셈이다.
시장 반응도 빠르다. 기관투자자들은 최근 콘텐츠 관련 ETF(상장지수펀드)나 테마형 펀드의 비중을 높이고 있고, 일부 자산운용사는 "지정학적 리스크 헷지용으로 콘텐츠주 편입은 매우 유효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단기 실적보다는 장기 IP(지식재산권) 수익 모델에 주목하는 투자 패턴도 눈에 띈다.
물론 리스크가 없는 건 아니다. 콘텐츠 산업은 흥행 성과에 따라 실적이 크게 요동칠 수 있는 구조이며, 아티스트 계약, 게임 출시 지연, 글로벌 플랫폼 수수료 구조 등 불확실성도 존재한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정책 리스크와 관세 변수에서 자유롭다는 점은 분명한 강점이다.
결국 지금의 콘텐츠 산업은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관세 회피형 성장주'로서 전략적 매력이 커지는 시점에 와 있다. 물류 없는 글로벌화, 관세 없는 수익 모델, AI와의 결합이라는 3박자가 맞물리면서, 투자자들은 이제 제조업이 아닌 ‘디지털 가치’를 향해 눈을 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