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관세 직격탄…볼트·너트 중기, 수출길 막혔다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 기조가 **국내 기계부품 중소기업(중기)**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특히 볼트, 너트, 패스너 등 금속 정밀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이 관세 인상 조치로 수출에 차질을 빚으며 비상이 걸렸다.
최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무역대표부(USTR)는 한국산 철강·금속류 기계부품에 대한 관세 재검토 및 확대 방침을 밝혔다. 일괄적으로 부과되는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조치)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수출을 주력으로 해온 국내 중기들은 기존 거래처와의 납품 일정, 단가 협상 등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 금천구에서 산업용 패스너를 제조해 미국 OEM 업체에 납품해온 A사는 “최근 들어 고객사로부터 납기 조정 및 단가 인하 요청이 쏟아지고 있다”며 “미국 현지에선 한국산 부품에 대해 관세가 예고 없이 올라가고 있어, 중간 유통업체들이 발을 빼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 업체는 미국 수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60%에 달하는 구조다.
문제는 대기업이나 글로벌 완성품 제조업체들과 달리, 중기들은 관세 대응 여력도, 대체 시장 개척 역량도 부족하다는 점이다. 국내 패스너·볼트 업계는 기술력은 높지만, 수출선은 북미·유럽에 집중돼 있어 관세나 비관세 장벽에 직접 노출된다. 특히 미국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특정 규격이나 인증을 무기로 삼는 비관세 장벽을 자주 활용하고 있다.
산업계에선 이를 "수출 중소제조업의 생존 위협"이라고 보고 있다. 한국패스너산업협회 관계자는 “국내 볼트·너트 생산업체는 대부분 30~100명 규모로, 기술력은 세계 수준이지만 가격경쟁력에서 중국이나 인도, 동남아에 밀리고 있다”며 “관세가 붙는 순간 경쟁에서 도태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국내 수요 자체가 축소되고 있어, 해외 시장이 막히면 생존 자체가 어렵다는 점이다. 조선·건설·중공업 업황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지만, 국내 중기들이 실제 수주로 연결되는 비중은 제한적이다. 때문에 미국 수출이 막히면 대체 수요처를 찾기 어렵다.
정부도 뒤늦게 대응에 나섰지만 속도는 더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중소형 기계부품업계와 간담회를 열고 통상 대응과 인증 지원 확대를 약속했으나, 단기적으로는 뚜렷한 해법이 없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FTA 체계 내에서 통상 마찰 조정이 이뤄져야 하지만, 중기들이 직접 미국 측에 항소하거나 대응할 자원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술 고도화와 수출 시장 다변화가 장기 해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서강대 국제통상학과 김진욱 교수는 “국가 간 공급망 재편이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한국 중기들이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고, 틈새시장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며 “관세와 무역장벽을 회피할 수 있는 R&D 기반 품목 다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