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서 쇼핑, 강남서 시술"…K-의료 찾은 외국인 100만 시대 열렸다
K-뷰티와 K-푸드의 인기가 K-의료로 확장되고 있다. 외국인 환자 100만 명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며, 한국이 글로벌 의료 관광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을 찾은 외국인 환자 수는 100만 명을 넘어섰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보다도 많은 수치로, 팬데믹 이후 억눌렸던 의료 수요가 폭발적으로 분출된 결과로 분석된다. 특히 성형, 피부, 건강검진 등 미용·웰니스 분야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며 ‘K-의료’가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잡고 있다.
서울 강남 일대는 외국인 환자들의 대표적인 ‘의료 성지’로 부상했다. 보톡스, 필러, 리프팅 등 미용 시술을 위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 여성들이 강남의 전문 클리닉을 집중적으로 방문하고 있다. 일부 병원은 전체 환자의 70% 이상이 외국인일 정도다. 중국, 일본, 동남아는 물론 미국과 유럽에서 온 환자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
강남의 한 피부과 관계자는 “SNS와 유튜브 등을 통해 한국 시술이 자연스럽고 섬세하다는 평판이 퍼지면서, 해외 고객들이 꾸준히 예약하고 있다”며 “시술 후 명동이나 청담동에서 쇼핑과 관광까지 함께 즐기는 ‘K-의료 패키지’가 인기”라고 전했다.
또한 건강검진과 한방치료 등 웰니스 영역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일부 중동 국가나 러시아 출신 환자들은 고급 건강검진을 위해 장기 체류하며 서울, 부산, 제주 등지를 방문한다. 한국의 청정 자연환경과 수준 높은 의료 인프라가 결합돼 고부가가치 관광 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정부도 의료관광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복지부는 2027년까지 연 150만 명의 외국인 환자 유치를 목표로 제도 정비, 홍보 강화, 전문 의료기관 인증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외국인 환자 유치가 가능한 의료기관은 약 3,000여 곳으로, 이들 중 일부는 다국어 서비스와 통역 인력을 갖추고 해외 고객 대응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서울시 역시 '메디컬 서울' 캠페인을 통해 외국인 대상 의료서비스를 체계화하고 있다. 공항 픽업 서비스부터 병원 연계, 관광 일정 구성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도 운영 중이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일부 병원에서는 외국인 환자에게 과잉 진료나 고가 시술을 권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제도적 투명성과 소비자 보호 장치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의료 서비스의 질은 높이되, 신뢰 기반의 시스템 구축이 동반되어야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업계 관계자는 “K-콘텐츠에 대한 신뢰가 K-의료로까지 확장되고 있다”며 “이제 한국은 치료를 넘어 ‘예뻐지러 가는 나라’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