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론: 세계 배터리 1위의 움직임, 그 배경은
세계 배터리 시장의 절대 강자, 중국 CATL(컨템퍼러리 앰퍼렉스 테크놀로지)의 쩡위췬(曾毓群) 회장이 한국 경주를 찾는다. 그 목적지는 단순한 관광이 아니다. 그는 현대차그룹과 국내 배터리 소재 기업들을 잇달아 만나며, 한중 간 전기차 산업 협력의 새로운 판을 짜기 위한 ‘물밑 접촉’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시장이 급격히 재편되는 가운데, 글로벌 완성차 기업과 배터리 제조사 간의 ‘동맹’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이 중국산 배터리 규제에 나서면서, CATL 입장에서는 한국 기업과의 전략적 협업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반면 한국 완성차 및 소재 업계는 ‘가격 경쟁력’과 ‘기술 융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절호의 기회를 맞이한 셈이다.
■ 본론: 경주 회동의 의도와 이해관계
쩡 회장이 선택한 첫 행보는 현대차그룹과의 만남이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코나 등 전기차 라인업 확대를 앞두고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망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현대차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국내 3사와 협력하고 있지만,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파트너십은 불가피하다. CATL의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은 매력적인 카드다.
특히 이번 방한 시점은 의미심장하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본격 시행되면서, 중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차량은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되었다. 이에 CATL은 각국 완성차 기업과의 ‘현지화 협력’을 통해 우회 돌파구를 찾고 있다. 한국 기업과의 협업이 현실화된다면, 이는 단순한 공급계약이 아니라 생산 및 기술 제휴의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도 높다.
또한 CATL 회장은 경북 경주 인근에 위치한 배터리 소재 기업들과도 접촉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양극재·음극재 등 핵심 소재를 공급하는 국내 중견업체들과의 협력 논의가 예상된다. 한국은 배터리 소재 기술력에서 세계 최상위권을 점하고 있으며, 중국은 대규모 생산 능력을 앞세운 공급망 강국이다. 양국이 손잡는다면 ‘기술+규모’의 결합으로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판도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한편, 산업계는 이번 회동을 단순한 경제적 이벤트가 아니라 ‘정치적 메시지’로도 해석한다. 한중 관계가 냉각기를 거치며 경제 협력이 위축된 가운데, 배터리 산업이 양국 간 새로운 협력의 접점으로 부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 역시 CATL의 글로벌 확장을 ‘국가 전략산업의 해외 교두보’로 지원하고 있어, 이번 방문에는 외교적 의미도 덧씌워져 있다.
■ 결론: 한중 협력의 현실적 방향과 과제
쩡위췬 회장의 이번 방한은 단기적 성과보다 ‘향후 10년을 내다본 포석’으로 평가된다. 전기차 시장은 이제 배터리의 기술력뿐 아니라, 원재료 확보, 공급망 안정성, 생산단가까지 총체적인 경쟁이 벌어지는 단계에 들어섰다. 한국과 중국이 각자의 강점을 살려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구축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경쟁 구도를 만들어낼 수 있다.
다만, 협력의 길은 순탄치 않다. 미국과 유럽의 규제는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으며, 국내 배터리 3사와의 이해 충돌도 피할 수 없다. 또한 기술 유출과 시장 잠식 우려가 존재하는 만큼, 단순한 ‘공급 관계’를 넘어 기술·지분 구조까지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회동은 분명한 신호를 던진다. 세계 최대 배터리 기업이 한국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는 것은, 한국이 여전히 ‘글로벌 배터리 생태계의 중심’에 서 있다는 의미다. 경주에서 시작되는 한중 배터리 협력의 새로운 서막이, 향후 전기차 산업 지형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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